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와 중소기업계를 차례로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 대표는 이들과의 간담회에서 그동안 보수 진영에서 주로 제기된 기업의 '고용 유연성' 확보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대선을 염두에 두고 외연 확장에 나선 이 대표가 이날도 '우클릭'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중견련과의 간담회를 가진 뒤, 오후에는 중소기업계와의 면담에도 나섰다. 하루에 두 차례나 경영계와의 대화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최진식 회장을 비롯한 중견련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보수 이슈'로 분류돼 온 기업의 '고용 유연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중견 기업들이 고용유연성 문제 때문에 힘들지 않나. 이건 기업 입장에서 현실적인 문제"라며 "호주 등은 똑같은 일을 해도 임시직의 보수가 더 높기도 하다. 불안정에 대한 대가를 더 지급하는 것으로, 비정규직이어도 불안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 회장은 "대한민국에서는 '법인이 망해야지만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며 "해고되더라도 새로운 직역을 찾을 수 있는 교육 제도 등을 같이 고민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호응했다. 최 회장은 이날 이 대표에게 22대 국회에 요청하는 '중견기업계 입법과제'를 담은 책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동안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 등을 추진하며 경영계의 불만을 샀던 민주당의 수장이 하루 두 차례나 경영계를 만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여러 해석이 나왔다. 일각에선 "대선을 대비한 외연 확장 행보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로 최근 이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예 가능성을 내비치는 한편, 상속세와 종부세 등 세제 개편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과감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감세를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그동안 진보 정치인들에게선 금기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과 관련해 전통적으로 보수 지지층이 많은 의료계에 힘을 싣는 모습도 보였다. 의료계는 정부가 '타협 불가'를 선언한 '2025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해서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료대란과 관련해 "정치인들의 자존심도 좋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정부의 양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자신의 정책 브랜드인 '기본사회'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사회 적극적 복지 실현을 의미하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증세 없이는 어렵다. 또 기본사회의 한 축인 '지방의료 확충'을 위해서는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이 대표가 자신의 정책 브랜드 기조에 역행하면서까지 '우클릭'에 나선 건, 대선 승리를 위해선 외연 확장이 필수적이라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불과 0.73%포인트 차이로 고배를 마신 상황에서, 차기 대선에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매일일보>에 "최근 보수 측 이슈를 선도하려는 이 대표의 행보는 확실히 대권을 염두에 둔 듯 보인다"며 "'이재명은 극단 진보'라는 세간의 인식을 희석시키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