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가족 돌봄 의존···개인 넘어 사회적 손실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치매 환자 증가로 돌봄 인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지만, 전문 돌봄 인력 공급이 수요에 크게 미치지 못한 채 오롯이 가족 돌봄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진단된다. 치매 발병 증가세에 발맞춰 국가적인 전문 인력 양성과 재원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105만명으로, 2015년 63만명에서 매년 급증세다. 노화는 치매 발병의 가장 큰 요인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2050년이면 국내 치매 환자가 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령화가 한창인 현시점에서 전기 고령자(65세~74세) 가운데 치매 환자 비중이 14%인데 비해, 후기 고령자(75세 이상)의 치매 환자 비중은 86%에 달한다. 특히 85세 이상 치매 환자수는 35만9000명으로 전체의 38%다.
이 같은 상황에 문재인 정권 시절이던 지난 2017년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하고 각 지자체별 치매안심마을·치매안심센터 등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효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중증 치매 환자는 특례 적용 시 건강보험을 90%까지 받을 수 있고 신경인지검사와 MRI도 건강보험이 가능하도록 해 의료비 부담을 낮췄다. 또한 2018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에 '인지지원등급'을 신설해 경증치매도 장기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돌봄 분야에서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다. 환자별 돌봄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방문 요양 및 주간보호센터 등도 이용 시간이 제한돼 있어서다.
치매환자 관리비와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2010년 65세 이상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1851만원이었지만 2019년 2042만원, 2021년 2112만원으로 늘고 있다.
향후 수명 연장으로 인구 대비 치매 중증도가 심해질 경우, 관리 비용은 경도 환자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가구소득의 절반 이상, 심하면 대부분을 치매 환자 간병에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간병에 드는 가족들의 신체·심리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OECD 국가 대다수는 주로 친구나 친척이 치매 환자를 돌보고 있다. 한국치매학회의 국내 '치매노인실태조사'를 보면, 주조호자는 치매환자의 가족(90.1%)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들 대다수는 여성(68.5%)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돌봄 시간은 4.8±8.8시간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실은 치매 환자 가족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 가족 치매 발병 후 보호자의 27%가 직장을 퇴사하고, 51%는 근로시간을 축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고령사회 진입에 걸맞는 국가적인 돌봄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영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노인 의료·요양·돌봄의 통합적 체계 구축 과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고령화는 1인 가구, 혹은 고령 부부 세대 등으로 가구 내 부양 주체의 역할이 없거나 미약한 구조로 진행되고 있어 사회적 돌봄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고령인구의 의료·요양·돌봄 욕구에 대응할 수 있는 일상적 생활과 함께하는 지역 기반의 통합적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위한 중기적 플랜으로 관련 시설과 인력 확보 등 재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