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철거 정당화 의도로 의심
매일일보 = 성동규 기자 |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전시 성폭력을 반대한다는 단체가 베를린에 또 다른 기념물 설치를 추진하고 있어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독일 매체 노이에스도이칠란트(ND)는 '분쟁 중 성폭력 방지협회(SASVIC)'라는 이름의 단체가 베를린 미테구청에 조형물 설치 신청서를 냈다고 16일 보도했다.
이 단체는 이라크 소수민족 야지디족과 르완다·우크라이나 등지의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추모하는 내용을 담은 영국 작가 레베카 호킨스의 작품을 내세웠다.
단체 인터넷 홈페이지는 '곧 연다'는 공지와 함께 공동대표 2명과 회계담당자 이름 등 일부 정보만 공개하고 있다.
공동대표 1명은 현재 컨설팅업체 소속으로 방산업체 '에어버스 디펜스 앤드 스페이스'의 자회사 근무 경력이 있으며 또 다른 공동대표는 미테구청장이 속한 녹색당 인사라는 게 ND의 설명이다.
또한 이 단체는 지난 6월 21일 설립을 신고했는데 미테구청의 철거 방침을 두고 구의회가 존치 결의안을 논의한 다음 날이다. 이런 탓에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정당화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한편 미테구 의회는 오는 19일 좌파당과 사회민주당(SPD) 소속 구의원들이 낸 평화의 소녀상 존치 요구 결의안과 같은 내용의 미테구 주민 청원을 심사할 계획이다.
미테구 의회는 2020년 9월 평화의 소녀상 설치 이후 여러 차례 존치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런데도 미테구청은 조형물 설치 규정을 들어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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