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는 '해군력 증강' 집중…韓, 건함 사업 확대는커녕 진흙탕 싸움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이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일본 등 동북아 국가들은 해군력을 중심으로 군비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19일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각국이 지출한 국방비는 2조2000억달러(약 2948조원)로 전년보다 약 9%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도 지난해 세계 149개국 중 3분의 2가 넘는 69%가 전년 대비 국방비 지출을 늘리며 전체 국방비 지출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온 전쟁과 지역 안보 위기가 급격한 국방비 확대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주변에선 중국이 대만 복속 준비와 남중국해 장악을 시도하기 위해 해군력을 대대적으로 증강하면서 주변 국가들이 맞불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은 1만3000t급 대형 구축함부터 7500t급 방공 구축함, 4000~6000t급 호위함을 찍어내듯 건조하고 있다. 최근 중국 조선소에서 진수되는 중대형 전투함만 한해 10~20척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에 일본도 기존 건함 사업 계획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며 해군력 증강 경쟁에 뛰어들었다. 일본은 지난해 이른바 '이지스 시스템 탑재함’이라는 기준배수량 1만2000톤급의 대형 전투함 2척 도입을 확정했고, 당초 5500톤급 덩치의 2선급 호위함 도입 사업이었던 모가미급 호위함 사업을 대폭 수정했다. 기존형 모가미급은 12척만 도입하고, 배수량을 1000톤 이상 확장해 중무장·고성능화한 개량형 10척을 추가 도입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뿐만 아니다. 캐나다·호주·필리핀·싱가포르·인도네시아·대만 등 태평양 지역 나라들은 대대적인 해군력 증강 사업을 진행하며 중국·러시아발 해양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해군력 증강 열풍에도 건함 사업을 확대하기는커녕 기존 프로젝트마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며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우리나라는 12년 전에 수립한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따라 확정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6척 도입 계획도, 기존 노후 호위함·초계함 대체를 위해 26척의 신형 호위함을 단계적으로 건조한다는 20년 전 계획도 그대로다. 특히 KDDX 사업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경쟁을 넘어 법적 다툼까지 벌이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KDDX는 지난 8월부터 세부 작업이 시작됐어야 하는 사업이다. 2027년 초도함 선체를 완성하고 2028년 진수해 2030년까진 해군에 인도돼야 한다. 업체 간 진흙탕 싸움과 지지부진한 수사로 사업 일정이 얼마나 더 늦춰질지 알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