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여야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외연확장 행보가 흥미롭다. 한 대표는 최근 공개석상에서 진보 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격차 해소'를 자주 언급하고 있는데, 이 대표도 '먹사니즘'으로 설명되는 '민생·경제' 행보에 주력하며 '우클릭'에 나섰다는 평가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취임 후 '격차 해소'를 사실상 자신의 대표 정책으로 앞세우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13일 추석 명절을 맞아 "내년 추석에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꽉 찬 연휴를 보내는 동료시민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격차해소를 비롯한 민생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 대표는 "우리 당은 지금까지 '파이 키우기'를 많이 강조해 왔지만, 파이 키우기와 함께 격차 해소 정책에도 중점을 두겠다"며 격차해소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지난 11일 첫 현장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격차 해소는 곧 양극화 완화로 설명 가능한데, 이는 복지 정책 강화를 통한 재분배가 수반돼야 한다. 그동안 보수정당이 주력해 왔던 '성장' 중심의 정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다분히 외연 확장을 위한 정책이라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이 밖에도 한 대표는 진보 정당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로 대표 연임 한 달을 맞은 이 대표도 대선을 염두에 둔 '우클릭'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먹사니즘'을 앞세워 민생을 강조하며 중도 외연 확장에 공을 들이는 게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18일 취임 직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양자 회담을 각각 제안하고 민생 해결을 위한 협치를 선언했다. 당시 이 대표는 "정치의 목적은 뭐니 뭐니 해도 먹고 사는 문제, 먹사니즘"이라며 "벼랑 끝에 내몰린 국민의 삶을 구하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 대표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이슈'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와 만나 그동안 보수 진영에서 주로 제기된 기업의 '고용 유연성' 확보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또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예 가능성을 내비치는 한편, 상속세와 종부세 등 세제 개편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과감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과 관련해 전통적으로 보수 지지층이 많은 의료계에 힘을 싣는 모습도 보였다.
한 정치권 인사는 <매일일보>에 "최근 여론조사에서 볼 수 있듯, 두 사람은 진영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라며 "지난 대선도 불과 0.73%포인트 차이로 결판이 났다. 정책적 스펙트럼을 넓혀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것은 대권 주자로서 당연한 행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