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온라인 거래가 일상화되면서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플랫폼 독과점은 기존 독과점과 달리 디지털 경제라는 독특한 산업에서 발생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문제를 야기한다. 시장 경쟁 저하, 소비자 데이터 독점, 가격 왜곡 및 불공정 거래, 수수료 등 비용 부담 전가 등 지금 우리 사회에서 거론되는 모든 문제점이 플랫폼 독과점 체제에서 발생하고 있다.
대형 플랫폼 독과점 체제는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개발한 작은 플랫폼들의 진입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 혁신적인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빠르게 모방할 경우 규모가 작은 플랫폼들은 당해낼 방법이 없다.
가격 왜곡 및 불공정 거래, 수수료와 프로모션 비용 부담 전가 등의 문제도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플랫폼들은 일부 기업의 상품을 검색 상위에 노출하도록 배치하는 방법으로 광고비를 받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불공정한 거래가 발생하기도 한다. 높은 수수료와 프로모션 비용 부담은 국정감사 주요 안건으로 거론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 사회는 이를 해결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놓여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법)’ 추진을 언급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경과는 없다.
플랫폼의 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독과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플랫폼 시장이 열린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핀테크의 공모펀드 중개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공모펀드는 전문가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이를 운용하며 투자 수익을 내는 금융 상품이다. 전문가들은 가입수수료, 운용수수료, 환매수수료 등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금융위는 침체된 공모펀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공모펀드 비교추천서비스를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할 계획이다. 핀테크의 펀드중개를 온라인에 한정해 허가하며, 위험성이 낮은 MMF 및 채권형 펀드를 우선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이르면 내년부터 공모펀드 플랫폼 운영이 가능해진다.
당초 금융위는 시장지배력이 커 경쟁시장 구현이 어려운 법인은 투자권유대행법인 지정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었다. 즉, 네이버, 카카오, 토스와 같은 대형 기업들은 공모펀드 플랫폼에 진입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대형 플랫폼에게도 펀드중개를 허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은 이달 펀드비교추천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의 계산처럼 공모펀드를 손쉽게 비교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은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배달플랫폼으로 음식을 주문하듯 거대한 데이터를 확보한 플랫폼이 개인에게 적합한 공모펀드는 추천할 테니 사용자 입장에서는 쉽게 거래에 접근할 수 있다.
다만, 플랫폼 독과점을 규제할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또 다른 플랫폼 독과점 출현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옳은지는 의문이다. 금융위의 바람처럼 공모펀드가 활성화될 수는 있으나, 혁신적인 스타트업의 등장을 저해하고 과도한 수수료를 책정하는 기존 플랫폼의 문제점을 해결할 대책을 먼저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공모펀드 플랫폼 등장의 구체적인 그림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그런 만큼 공정위에게는 시장을 활성화하면서도 공정한 경쟁 체제를 구축할 기회가 남아 있다. 앞으로 공정위의 결정이 어떻게 진척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