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 여야 쟁점 법안이 19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강행 처리에 반발해 이날 본회의를 보이콧(거부)했다. 이들 법안이 여야 합의 없이 처리된 만큼,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에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재석 의원 167명 가운데 찬성 167명으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했다.
김건희 특검법은 수사 대상에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주식 저가 매수 의혹, 인사개입·공천개입 의혹,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 8가지 의혹이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5당이 공동 발의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도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170명, 찬성 170명으로 가결됐다. 안철수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상황에서도 본회의장에 남아 표결에 참여했다.
이번에 본회의 문턱을 넘은 채상병 특검법은 야당에 네 번째로 발의한 채상병 특검법으로,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고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야당이 이를 2명으로 추리면 그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대법원장 추천 인사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야당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조항도 담겼다.
야권은 이날 지역화폐법 개정안도 단독으로 처리했다. 지역화폐법은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국가 책무로 명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민의힘은 지역화폐법에 대해 "이재명표 포퓰리즘법", "현금 살포법" 등으로 규정하며 반대하고 있다.
이번 본회의는 앞서 민주당이 두 특검법과 지역화폐법을 1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자는 요구를 우원식 국회의장이 조율하는 과정에서 제안됐다. 우 의장은 추석 연휴 전 3개 법안을 처리해 달라는 민주당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이날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제안했고, 민주당은 이를 수용했다.
국민의힘은 여야가 합의해 오는 26일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이날도 본회의를 여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결국 우 의장이 이날 본회의 개의를 결정하면서 국민의힘은 본회의를 보이콧하는 방식으로 항의했다. 일각에서 언급됐던 여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는 이날 벌어지지 않았다.
3개 법안이 여야 합의 없이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윤 대통령이 재차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여야 합의 없이 일방 처리되는 쟁점 법안은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고 재표결 후 폐기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이들 법안 모두에 거부권을 사용할 경우 취임 후 총 24번의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재의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데 언제 거부권이 행사되는지에 따라 재의결 시점이 정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