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신뢰도 증대 위해 에스크로 등 도입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중고거래 플랫폼 업체들이 시장 신뢰도를 증진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이후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일제히 판매자와 소비자의 신뢰도 회복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제품 신뢰도가 생명인 중고거래 플랫폼은 이용자들 사이에 이커머스 쇼핑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자 AI 시스템 도입 등을 위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정거래 분야 분쟁조정 건수는 2020년 976건에서 2023년 1372건으로 40.6% 증가했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조사 대상)의 수는 2020년 3개에 불과했던 것이 2021년 5개, 2022년 4개, 2023년 3개, 2024년 8개로 늘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관련 피해구제 접수 건수도 2020년 2934건에서 2023년 3398건으로 15.8% 늘었고, 올해는 8월 말 이미 4358건으로 지난해보다 1000건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중고거래 온라인 플랫폼 3사(중고나라·번개장터·당근)는 AI 서비스로 사기 거래를 방지해 이 같은 분쟁 발생률을 줄이고 정품 검수, 가격 예측 기술 등 이용자의 편의도 증진한다. 이 과정에서 유료서비스를 통해 플랫폼 자체의 수익성을 증진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중고나라는 사기 예방을 위해서 FDS(이상거래탐지시스템)를 사용하고 있다. 사기 키워드와 FDS에 저장된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AI가 채팅이나 게시글을 자동으로 걸러낸다. 정상적인 게시글을 등록한 후, 내용을 수정하는 경우에도 검출할 수 있다. 덕분에 최근 3년간 피해 접수 건수가 70% 이상 감소했다.
아울러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 등 거래가 금지된 품목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AI에 거래 금지 품목 데이터를 학습시켜 지속적으로 성능을 개선 중이며, 광학 문자 인식(OCR) 기술을 적용해 상품 이미지 내 텍스트를 추출해 FDS 내 저장된 데이터와 비교해 사기 여부도 판단한다. 그 결과 월 평균 2만건 이상의 게시글을 걸러내고 있다.
번개장터는 지난 달부터 모든 중고거래에 수수료를 매기는 안전결제 방식을 의무화했다. 안전결제란 구매자가 실제 물건을 받아볼 때까지 결제금액이 번개장터에 묶이는 거래 방식으로 구매자의 구매확정 표시가 떠야만 대금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전까지는 원하는 구매자만 상품 금액의 3.5%인 수수료를 내고 이용했으나 거래 방식을 안전결제로 일원화하면서 판매자가 수수료를 부담하도록 했다. 일부 판매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긴 했지만, 업계에서는 거래 투명성을 높이면서 수수료 수익 모델도 창출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평가다.
아울러 가품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중고거래 플랫폼 최초로 1700㎡ 규모의 정품 검수 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센터에서는 건당 최대 24만원에 정품 검수와 폴리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번개케어 서비스를 운영한다.
당근은 이달 에스크로 방식의 안심 결제를 위해 당근페이의 서비스 이용약관과 전자금융거래 이용약관을 개정한다고 공지했다. 당근은 안심결제가 구매자에게 선입금을 요구한 뒤 물건을 발송하지 않는 사기를 근절하고 이용자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 당근은 지난 5월 자신이 판매하는 물품을 살 만한 사람을 겨냥해 광고하는 이웃 광고 기능을 도입했다. 최소 3000원~최대 2만5000원의 광고비를 내면 잠재 구매자를 표적화해 물품 판매 확률을 높여주는 기능이다. 거래 수수료를 따로 매기지 않는 대신 타깃 광고 상품을 개발해 수익성을 높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의 유지를 위해서는 중고 거래 사기를 자체적으로 예방하고 신뢰도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AI 등을 활용해 건전한 중고 거래 시장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며 “나아가 이용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유료서비스를 제공해 탄탄한 수익 모델까지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