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희심 명창, 판소리 동편제의 전통을 세계로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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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희심 명창, 판소리 동편제의 전통을 세계로 울리다
  • 손봉선기자
  • 승인 2024.09.21 2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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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출신 천희심 명창, 판소리로 대통령상 수상
전국 팔도 유람 공연 계획…동편제 흥보가로 전통 잇는다
제33회 땅끝 해남 전국 국악 경연대회 참가한 제자들과.기념촬영
제33회 땅끝 해남 전국 국악 경연대회 참가한 제자들과.기념촬영

매일일보 = 손봉선 기자  |  "유라시아의 시작 땅끝 해남에서 판소리 분야 유일한 대통령상 수상자 천희심 명창"

천희심 명창은 우리나라 판소리 역사에서 중요한 이름으로 남을 인물이다. 

지난 2000년 목포 전국국악 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전남 해남 출신으로는 판소리 분야에서 유일한 수상자로 기록됐다. 특히 동편제 흥보가를 통해 강렬한 목소리와 전통적 기교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천희심 명창을 해남에서 만난 날, 그가 밝힌 소리꾼으로서의 삶은 고행과 자기성찰의 연속이었다.

천희심 명창은 64세 생일을 맞은 날, 기자와의 만남에서 "소리꾼으로 사는 것은 자기와의 끊임없는 싸움입니다. 그 과정에서 소리의 향기가 멀리 퍼져 나가리라 믿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의 소리 인생은 ‘다섯 바탕의 멋’이라는 이름으로 해남문화원에서 열린 공연으로도 잘 드러났다. 비가 내리던 2023년 4월 14일, 우천으로 예정된 장소가 해남문화원으로 변경되었으나 공연장은 국악 애호가들로 가득 찼다. 천 명창은 남성적이고 굵은 창법을 구사하며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는 전설적인 판소리 고법 예능 보유자인 고 천대용 명창의 장녀로,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혹독하게 소리를 익혔다. 40세였던 2000년, 목포 전국국악 경연대회에서 꿈에 그리던 대통령상을 받으며 소리꾼으로서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그의 소리는 힘이 넘치면서도 애절함이 깃들어 있어, 판소리 흥보가를 통해 그 진가를 가장 잘 발휘했다.

천희심 명창은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의 상임 단원으로 오랜 시간 활동하며 판소리 보급과 교육에도 헌신해 왔다. 1996년 동편제 흥보가 완창 발표회를 시작으로, 2009년 김세종 바디 춘향가 완창 등 판소리 다섯 바탕을 꾸준히 발표하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동편제 소리는 서편제와 달리 직선적이고 우렁찬 창법을 지향하는데, 이는 소리꾼의 성량을 강조하는 동편제의 특성을 잘 살린 것이다. 천희심 명창은 동편제 흥보가를 통해 대마디 장단을 강조하며, 섬세한 기교보다 강렬한 소리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그의 소리 인생은 단순한 개인적 성취를 넘어 전통 판소리 계승의 역할도 함께한다. 전통을 잇는 소리꾼으로서 그는 송만갑, 강도근, 이난초 명창에게 전해진 동편제 흥보가를 직접 사사받았으며, 이로써 천 명창은 동편제 판소리 전통을 현대에 완벽히 재현하는 소리꾼으로 자리매김했다.

천희심 명창의 판소리 인생은 일찍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20살 무렵에야 본격적으로 소리에 입문한 그는 남편인 권혁대 명고와의 인연이 결정적이었다. 천 명창은 남편의 권유로 김소영 명창, 이난초 명창을 사사하며 동초제 심청가와 동편제 흥보가 등을 깊이 익혔다. 그 결과 지난 2004년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에 입단해 20여 년 동안 활동하며 전통예술 보급에 힘썼다.

그러나 천 명창의 인생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10년 전 갑상선 수술로 인해 소리꾼으로서의 생명이 위협받는 위기를 겪었다. 수술 직후에도 목소리가 나는지 체크할 만큼 그의 소리에 대한 열정은 뜨거웠지만, 수술 후 목소리가 달라진 것을 깨닫고 좌절을 맛보았다. 여러 방법을 시도했으나 소리 회복이 여의치 않았고, 소리꾼의 길을 포기할 뻔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천 명창은 포기하지 않고 소리 인생을 이어갔고, 2020년 정년퇴임 후에도 해남에서 새로운 소리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제자 양성에 힘쓰며 전국 대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제자들 중에서는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인재들도 배출되었으며, 천 명창은 판소리 전통을 이어가며 소리꾼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천 명창은 앞으로 전국을 돌며 흥보가를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전국 팔도를 다니며 흥보가를 공연하는 것이 꿈입니다. 평생 책무감을 안고 살아왔기에, 이제는 그 부담을 내려놓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싶습니다"라며 자신의 계획을 밝혔다. 이러한 그의 의지는 판소리를 사랑하는 국악 애호가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으며, 천 명창의 소리가 국경을 넘어 전 세계에 울려 퍼질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천희심 명창은 우리나라의 소리 전통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무감 속에서도, 그만의 독특한 예술성을 발휘하며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그는 국악계에서 이미 큰 족적을 남긴 소리꾼이지만, 앞으로도 더 많은 도전과 성취를 통해 판소리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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