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오세훈 등 차기주자 "반헌법적" 동조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통일 담론' 재검토 주장을 두고 연일 대통령과 여당 내 차기 대권주자 등 주요 인사들의 맹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임종석 전 실장의 "통일하지 말자", "대한민국 헌법 영토조항도 개정하자"는 발언을 두고 "반헌법적"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통일을 포기하자는 것은 민족의 역사와 국가의 미래를 포기하자는 것"이라며 "평화를 빌미로 비정상 국가인 북한에 굴종하자는 것"이라고 문 전 대통령과 임 전 실장을 비판했다.
그는 "김정은의 주장을 충실히 받드는 사람이 최고위층에서 국가를 통치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뿐"이라며 임 전 실장을 겨냥해 "역사와 미래를 포기하는 주장으로 헌법과 국민에 대한 배신이 아닐 수 없다"고 성토했다.
국민의힘 내 다른 차기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페이스북에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복명 복창하는 꼴”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몇몇 좌파 인사들이 던진 발언이 대한민국 헌법과 안보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며 "통일은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라는 우리 헌법적 가치를 지켜내면서 평화적으로 이뤄가야 할 운명과도 같은 길"이라고 덧붙였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지난 20일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평양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통일하지 말자. 더 이상 당위와 관성으로 통일을 이야기하지 말자"고 선언했다. 그는 "남북이 그냥 따로 함께 살며 서로 존중하고 같이 행복하면 좋지 않을까"라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 영토 관련 조항도 "지우든지 개정하자"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나선 데 따라 기존의 평화 담론과 통일 담론도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 들어 미일 중심 편향 외교와 남북 관계 악화로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가 가장 위험해졌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노동당 중앙위전원회의와 올해 초 최고인민회의에서 각각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했다. 남북이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완전한 두 교전국 관계"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화해 노선에 대한 전면 폐기를 요구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과 임 전 실장의 주장은 실제로는 남북 대화 재개와 긴장 완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지만 대통령실은 즉각 '반헌법적'이란 입장을 내놓았다.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의 발언도 사실상 여기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순방 중인 지난 20일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의 명령이자 의무인데 이런 의지가 없다면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북한이 지금 통일론을 접고 두 개의 국가를 주장하는 이유는 내부적으로 어려움이 크고 자기가 생각하는 통일에 대해 자신감이 줄어서이지 통일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통일이 필요할 때는 통일론을 주장하고 북한이 통일이 필요 없다고 얘기하면 거기에 보조를 맞추는 기이한 현상"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