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처리 지연…독일 등 주요국 대응과 대비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 등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고 있지만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법)'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력망법은 앞서 제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이후 현재 22대 국회에서도 논의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전력망법은 고품질·대용량 전력망의 신속 구축을 통한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범부처 전력망 확충위원회 설립과 인허가 특례, 보상 확대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신설 위원회는 관계부처와 지자체, 지역 주민 등 모든 이해관계를 중재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경제계에서는 산업계 숙원인 전력망법이 여야 의견 차이가 크지 않음에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제자리걸음을 지속하는 데 애를 태우고 있다. 현재 AI 시대에 접어들며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산업단지 건설 급증으로 전력수요 폭증이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제화가 미진해 전력망 위기에 봉착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최근 정치권에 '22대 국회에 바라는 경제계 110대 입법 과제'를 전달하면서 전력망 특별법의 신속 입법을 요청한 바 있다. 한경협은 "전력망 건설은 한국전력이 주도하고 있는데 전력망 건설에 수반되는 인허가, 주민 협의 및 보상, 건설재원 조달 등을 적기에 계획대로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또 한경협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전력수급 애로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송·변전망의 적기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송·변전망 적기 준공률이 17%에 불과하며, 평균 3년 5개월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고질적으로 겪는 전력망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올해 여야가 합심해 전력망 확충 관련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러한 상황은 전력망 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 등 주요국의 행보와 대비된다. 특히 독일은 주민들의 전력망 구축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정치권이 적극 협조했다는 평가다. 실제 2019년 '송전망 건설 촉진법'을 개정해 토지보상 수준을 높였고, 주에서 개별적으로 추진해왔던 전력망 계획을 2011년 연방정부로 일원화한 전력망구축법을 제정했다. 미국은 국가 필수 송전망 프로젝트의 인허가가 1년 이상 지연될 경우 강제 승인할 수 있도록 법제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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