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본회의서 6개 법안 재표결···9개로 늘 가능성도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조만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두 특검법에 대한 국민의 찬성 여론이 높지만, 윤 대통령이 야당 강행 처리 법안에는 여지없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만큼 이번에도 부담을 감내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빨라질 경우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최대 9개 법안이 무더기 재표결에 부쳐질 수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윤 대통령이 체코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지난 19일 본회의 문턱을 넘은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점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야당은 지난 본회의에서 두 특검법과 지역화폐법을 여당의 불참 속 단독 처리했다.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로 돌아온 법안이 재표결 끝에 폐기되는 상황은 21~22대 국회를 거치며 일상화됐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두 특검법에 거부권을 사용한다면 이전보다 더 큰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두 특검법에 대한 국민의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MBC가 (주)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에게 물은 결과(표본오차 95% 신뢰 수준 ±3.1% 포인트, 통신 3사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 응답률 11.6%,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1%,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2%로 집계됐다.
아울러 거부권을 사용해야 하는 시점이 국정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시점과 겹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겐 부담이다. 추석 연휴 전 한국갤럽과 리얼미터는 각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조사 내용을 내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매일일보>에 "의정갈등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며 대통령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는데, 여기에 국민 찬성 여론이 높은 두 특검을 거부하는 건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3개 법안이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대통령실도 여야 합의가 되지 않은 법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오는 26일 본회의 전에 3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6일 본회의에서 최대 9개의 법안이 재표결에 부쳐질 수 있다. 여야는 앞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재표결을 26일 본회의에서 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은 오는 24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쌍특검법과 지역화폐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시 즉각 26일 본회의에서 재표결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재표결에서 가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여야 의원 전원이 출석할 경우 국민의힘에서 8명 이상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여권 시각이다.
민주당은 재표결을 거쳐 이들 법안이 최종 부결돼도 찬성 여론이 높은 특검법 등에 대해선 재발의할 뜻을 천명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특검 압박이 높아지고 있어 재의결 개연성이 마련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200명의 동의를 얻지 못해 재의결이 불발되더라도 또다시 재발의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