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성동규 기자 | 국가부도 선언 이후 2년 만에 치러진 스리랑카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 성향의 야당 총재 아누라 디사나야케(55) 후보가 승리를 거두었다. 이는 부패와 무능으로 경제 위기를 초래한 현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디사나야케 인민해방전선(JVP) 총재는 이번 대선에 좌파정당 연합인 국가인민동맹(NNP) 대선 후보로 나서 라닐 위크레메싱게 현 대통령과 사지트 프레마다사 제1야당 국민의힘연합(SJB) 총재를 제치고 대선 '재수'에 성공했다.
2019년 대선에서 3% 남짓 득표로 3위에 그쳤던 디사나야케 총재는 당시 대선에서 승리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관광업 붕괴와 정치인 가문인 라자팍사 가문의 족벌정치에 따른 폐단으로 인한 경제위기에 반사이익을 얻으며 입지를 다졌다.
성난 민심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고 결국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외국으로 도주한 뒤 하야했다. 위크레메싱게 당시 총리가 그해 7월 라자팍사 가문의 정당 스리랑카인민전선(SLPP) 지지를 등에 업고 대통령에 선출됐다.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던 젊은이들은 부패한 정치문화를 뜯어고치겠다고 공약한 디사나야케 총재에 지지를 보냈고 이번 대선으로까지 지지가 연결된 셈이다.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이 지난해 3월 29억달러(약 4조원) 상당의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지원을 확보하고 채무 재조정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높아진 국민 불만도 이번 대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22년 이후 세 배가량 치솟은 물가가 국민을 빈곤의 수렁으로 내몰았다. 특히 전체 인구 약 2200만명 중 빈곤선 이하의 삶을 25%에게는 더욱 혹독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많은 이가 일자리를 찾아 외국으로 떠나야 했다. IMF 재협상을 통한 민생고 해결을 공약으로 내건 디사나야케 총재에게 지지를 보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편, 디사나야케 총재는 1968년 11월 스리랑카 북중부주에서 육체노동자 아버지와 가정주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대학생 시절이던 1987년 JVP에 입당한 이후 꾸준히 정치활동을 이어왔다.
2000년 국회 입성 이후 현재까지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2004년부터 1년간 농업부 장관을 역임한 경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