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정책금융·ESS 육성 등 산업경쟁력 강화 위한 정책 연구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에 따른 불황을 극복하고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민관 원팀으로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와 정부, 기업이 K-배터리를 둘러싼 난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극복하하고 '제2의 반도체'로 키우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이차전지 산업을 여야가 함께 뒷받침하기 위한 '국회이차전지포럼'이 출범했다. 포럼은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과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대표를,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이 연구 책임의원을 맡았다.
국회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여야가 연구단체를 구성해 산업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박성민 의원은 "(이차전지산업은) 국가의 이익과 지역의 발전, 국민을 위한 일"이라며 "여야 없이 국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산업 육성 방안을 모색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럼은 이차전지 산업의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연구와 입법 등의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사용 후 배터리 재제조·재사용·재활용 등 순환경제 생태계 조성·연구 △연구개발·정책금융·인력양성·에너지저장장치(ESS) 육성 등 전주기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연구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집중 지원 등의 정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정부 역시 포럼에서 나온 제안을 기반으로 정부 정책 수립과정에 반영할 것을 약속했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리튬메탈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은 정부가 책임지고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집중적인 정책 지원이 중요한 시점에 이번 포럼의 창립이 매우 고무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일본까지도 자국의 이차전지산업의 육성을 위해 파격적 지원에 나서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의 기술적 우위만으로는 경쟁에서 앞설 수 없다는 것이다. 박진원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은 "거시적인 안목에서 세대를 아우르고 국가 경쟁력까지 통찰하는 국회의 지원은 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정말 크나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배터리 핵심 소재를 확보하기 위해 공급망 확대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광물 가격이 하락한 점을 기회 삼아 핵심 소재의 원재료를 확보할 방안을 찾는 모양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 12일 기준 kg당 70.5위안을 기록했다. 1년 전 202.5위안보다 약 65% 하락한 가격이다.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곧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전기차 가격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업체들은 미래 성장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는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확정했다. 이를 통해 제품 다변화와 함께 향후 수요가 늘어날 배터리 공급망까지 보강한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약 35억달러를 투자해 연산 27GWh(기가와트시) 규모 인디애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포스코그룹은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을 강화하기 위해 필수 광물 확보에 나섰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2일 호주 퍼스에서 열린 '제45차 한·호주 경제 협력위원회 합동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그룹은 1980년대 초부터 철광석, 리튬, 니켈 등 핵심광물 공급망 파트너 국가인 호주와 자원개발 분야에서 협력해왔다. 아울러 아르헨티나, 칠레에서도 이차전지 원료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2018년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리튬 염호를 인수해 1·2 단계에 걸쳐 연산 5만톤 규모의 이차전지용 염수 리튬 생산 시설을 건설 중이다. 지난 6월에는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칠레 광업부 고위 인사와 만나 칠레 리튬 염호 개발 관련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