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한림대병원 교수 “범용 백신 기술 개발 및 생산 체계 구축해야”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글로벌 사회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인체 감염 사례가 확인되면서, 코로나19를 이은 차세대 팬데믹 재발 우려가 나온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팬데믹 발생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함께, 향후 대유행에 대비할 수 있는 범용 백신 기술 개발과 생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4일 글로벌 백신기업 CSL 시퀴러스코리아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잠재적 위험성과 향후 글로벌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자사의 주요 기술력 및 글로벌 협력 현황 등을 공유했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주로 야생 수조류에서 발생하는 전염성 호흡기 질환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해당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사람을 감염시키지 않으나 최근 전 세계에서 종간벽을 넘은 인체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2003년 이후 올해 8월까지 24개국에서 총 907건의 조류인플루엔자 A(H5N1)형 인체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H5N1은 A형 인플루엔자의 변이종으로 지금까지 300종 이상의 조류와 40종 이상의 포유류를 감염시켰으며, 올해 4월부터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감염된 소와 가금류를 통해 사람에게 전파된 사례가 총 14건이 보고됐다. 최근 사례론 지난 4월 미국에서 소-사람 간 감염이 발생한 바 있고, 베트남에선 지난 3월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환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질병청은 “국내 발생 사례는 아직 없다”면서도 “향후 바이러스의 변이 등을 통해 사람간의 전파가 용이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오리 농장 등에서 HSN1 바이러스 발생 사례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보건당국도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이번 간담회에 연자로 참여한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조류 인플루엔자: 위험성, 최신 동향 및 한국의 대응 전략'이라는 주제로 해당 감염병의 위험성과 대응 전략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아직 지속적인 사람 간 전파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최근 동물에서 사람에게 전염되는 인수공통 감염 사례가 잦아지는 만큼 학계에서는 조류 인플루엔자의 팬데믹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특히 H5N1 바이러스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H5N1, H7N9, H9N2 감염 사례는 총 2595건 보고됐으며, 그중 절반에 가까운 1084명이 사망했다. H5N1의 경우, 902건의 감염 사례 중 486명이 사망했다.
이어 "한국은 코로나 19 팬데믹 확산을 성공적으로 차단하며 전세계적으로 방역 체계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며 감염병 발생에 대한 신속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향후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개선된 범용 인플루엔자 백신 기술의 개발 및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충분한 물량을 비축하는 등 사전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서 호주에서 온라인으로 이번 간담회에 참여한 마크 레이시 CSL 시퀴러스 팬데믹 총괄은 글로벌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자사의 기술력과 전 세계 약 30개국 정부 및 WHO와 맺고 있는 팬데믹 대응 및 공급 계약 협정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CSL 시퀴러스 팬데믹 사업부는 WHO에서 인플루엔자 팬데믹을 선언하면, 글로벌 제조 네트워크를 통해 계절성 인플루엔자 백신 제조에서 팬데믹 인플루엔자 백신 생산으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현재 유행 중인 바이러스 변종을 포함한 인수공통 전염병 백신을 생산 및 공급하는 등 전 세계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크 레이시는 "CSL 시퀴러스는 팬데믹 인플루엔자 발생시 정부의 요청에 따라 기존의 계절성 인플루엔자 백신 뿐만 아니라 팬데믹 인플루엔자에 대항할 수 있는 범용 백신을 대량으로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현재 조류인플루엔자인 H5N1 백신은 이미 국내 개발됐고 하위 아형으로 대유행이 발생하는 경우 균주변경 절차를 거쳐 90일만에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 정부는 더욱 신속한 개발을 위해 mRNA 플랫폼을 확보하기 결정, 지난 8월 국무회의를 통해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개발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신속한 백신 개발 및 확보의 필요성이 인정돼 해당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다.
이재갑 교수는 백신의 면역유도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인 ‘면역증강제’ 확보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백신)항원을 절약해야하는데, 국내서는 관련 기술이 미흡한 편이다. 이와 관련된 연구개발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