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팀 "국내 증시 거꾸로 가···자금 유출 우려"
시행팀 "소득 있는 곳에 과세···개혁 좌초 우려"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내년부터 시행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두고 24일 더불어민주당에서 뜨거운 토론이 펼쳐졌다. 시행 유예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금투세 시행에 앞서 "먼저 자본시장 선진화와 증시 부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예정대로 내년 1월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금투세의 '조세 개편' 성격을 부각하며 "금투세는 자본시장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 오히려 해외에 나간 개미들이 국내로 들어올 것"이라고 맞섰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란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민주당은 금투세 '유예팀'과 '시행팀'을 구성해 토론을 진행했는데, 김현정·이소영·이연희 의원은 금투세 시행 유예를, 김성환·김영환·이강일 의원은 금투세를 예정대로 내년 시행할 것을 각각 주장했다.
먼저 유예팀 김현정 의원은 기조발언에서 세 가지의 금투세 유예 논거를 제시했는데, 첫 번째로 '거꾸로 가는 국내 증시'를 들었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증시는 2021년 고점을 모두 회복하고 우상향 중인데 우리 증시만 지독한 박스권에 갇혀 있다"며 "2년 전에 금투세 시행을 유예했을 때보다 증시 상황은 더 악화됐고 투자자 보호제도는 갖춰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는 '증시자금 유출'을 언급했다. 김 의원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이 2019년 11조원에서 2024년 115조원으로 약 10배가량 증가했는데, 이런 상황 속 금투세마저 도입되면 비슷한 세율에 거래세도 없고 1년 이상 장기투자에 대해 세제혜택이 있는 선진시장, 미국 시장으로 자금 이탈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는 '증시 벨류업 우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공매도, 물적분할 등으로 소액주주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다. 대한민국은 10대 경제강국이지만 증시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지수에도 편입되지 못하고 여전히 신흥시장에 머물러 있다"며 "자본시장 선진화의 핵심은 불공정한 지배구조 개선과 개인 투자자 보호다. (금투세 시행 전에) 증시 부양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시행팀의 김영환 의원은 기조발언에서 금투세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된 점을 강조하며 더 이상의 시행유예는 없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 개혁과제가 혹시 좌초될까봐 상당히 우려된다"며 "금투세는 기본적으로 실제 투자자가 실현하는 이익에 기반해 개인별로 과세하는 소득세다. 조세 중립성을 확보하고 자본시장 형평성을 제고하는 세제 개편이다. 조세 리뉴얼(개편)이지 증세 목적의 새로운 세금이 아니란 점을 강조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 세제는) 금융투자이익 관련 손실 이월제도가 안 돼 있다. 주식 등 투자 시에 직전 연도에 손실이 나고 올해 이익이 발생하면 과세하는 문제도 있다"며 "금투세는 손익 통산을 허용해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하는 원칙을 갖는 세제 개편이다. 현행 세제는 너무 복잡하고 후진적인 누더기 과세인데, 금투세는 이것을 단일화해 자본시장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했다.
아울러 "금투세 도입시 거래정보가 국세청에 들어가게 된다"며 "금투세는 차명, 위탁계좌 및 부정거래의 방지 효과도 있다. 시장에 대한 신뢰와 예측 가능성을 높여서 시장 투명성을 업그레이드 하는 세제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의 기조발언 후 이뤄진 반박, 재반박에서 유예팀과 시행팀은 치열한 입씨름을 벌였다. 유예팀 이소영 의원은 "조세 정의가 중요한 가치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 역시 소득이 있으면 납세의무를 지는 게 바람직하단 원칙에 동의하다"면서도 "어떤 세금이 정의롭기만 하고 국가 재정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주식시장이나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 도입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조세정의만큼 시장을 나아지게 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성환 의원은 "한국 증시 체력이 왜 약하고 저평가 돼있을지를 보면 한국 주식시장이 매우 불투명하고 불합리하기 때문"이라며 "일반 주주에 대한 여러 보호장치가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이 두 가지를 함께 해결하는 게 숙제다. 한 축은 금투세를 시행해야 하는 것이고 다른 한 축은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게 숙제다. 이게 선후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금투세 시행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나라가 이미 금투세를 도입하고 있는데 우리가 금투세를 도입한다고, 금투세를 이미 도입 중인 다른 나라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건 말이 안 맞지 않나"라며 "(금투세 도입으로 우리 시장이 투명해지면) 한국 대형주에만 투자하는 해외 자본이 국내 다른 건강한 중소형주에도 투자할 것이고 한국 주식시장이 불공정하단 이유로 해외에 나가있는 개미들도 국내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이날 토론회에서 '금투세 폐지'를 다루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국회에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등과 만난 한동훈 대표는 "금투세는 폐지돼야 한다. (금투세를) 도입은 해놓고 유예한다는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은 일종의 자폭행위에 가깝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