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노사 갈등 심화…당분간 부분 생산체제
"기아·르노 노조 파업 시 신차 효과 사라질 것"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기아와 르노코리아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서 노사간 신경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두 업체는 최근 신차 출시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지만 임단협 장기화로 인한 노조의 추투(秋鬪)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생산 차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2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와 르노코리아는 올해 임단협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기아 노사는 지난 10일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며 추석 전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기아 노조가 실시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단체협약 합의안은 투표 참여자의 51.2%(1만2617명)가 반대해 최종 부결됐다.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임금 부분은 가결됐지만, 단체협약은 부결되면서 임단협은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임금 합의안에는 기본급 월 11만2000원 인상(호봉승급 포함), 경영 성과금 300%+1000만원, 기아 창립 80주년 기념 격려금 100%+280만원, 최대실적 기념 특별성과격려금 100%+500만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 내용이 담겼다.
부결된 단체협약 합의안에는 정년 연장, 경조휴가 확대, 채용대상 확대 등이 포함됐다.
르노코리아도 임단협 난항을 겪으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르노코리아 노사는 올해 기본급 7만3000원 인상, 그랑 콜레오스 신차 출시 격려금 등 성과 격려금 300만원, 임금 피크제 개선 등의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으나, 지난 6일 노조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지난 13일 전면 파업에 들어간 르노코리아 노조는 23일 오전 부산공장 앞에서 조합원 900명가량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열고 사측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노조는 임단협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파업 대오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지난 13일 부분 직장폐쇄 조치를 하고 자발적으로 근무를 신청한 임직원들을 생산라인에 재배치해 일부 생산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당분간 부분 생산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 회사는 EV3, 그랑 콜레오스 등 신차 출시로 인한 판매량 증가에 기대감이 높아지만 노조의 파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기아는 최근 신차로 내놓은 소형 전기차 EV3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EV3는 신차 효과를 발휘하며 초반 기세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쏘렌토‧스포티지‧카니발 등 RV(레저용 차량)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큰 인기를 끌면서 대기 수요가 수개월씩 쌓여 있는 상태다.
그랑 콜레오스는 지난달 공개 이후 호평이 잇따르면서 사전계약을 포함한 누적 계약대수가 1만7000대에 달했으며, 이달부터 차량 인도가 본격화될 예정이었다. 르노코리아는 출시 초반 신차효과 극대화를 위해 이달에만 4000여대를 출고할 방침이었으나, 노조 파업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노조가 본격적으로 파업에 들어갈 경우 신차 효과는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시장에서 신차 효과는 상당하다. 차량이 가장 많이 팔리는 시기가 출시 직후"라며 "현재 신차 효과를 누려야 하는 시기에 노조 리스크를 피해가지 못한다면 그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