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인수, 절대로 용납 못해…넘어갈 경우 직 내려놓을 것"
"영풍은 연속 적자, 고려아연 98분기 흑자…누가 경영해야하나"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고려아연 임직원들이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대해 "약탈적 행위이며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장형진 영풍 고문을 향해 "중국 투기 자본과 손잡고 고려아연을 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최고기술책임자·CTO)은 2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고려아연 본사에서 회사 핵심 엔지니어 20명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부회장은 1984년 대학 졸업 후 고려아연에 입사해 온산제련소장 겸 기술연구소장, 대표이사 사장에 이어 부회장까지 오른 인물로 40년 간 고려아연의 성장사를 지켜본 '산증인'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이날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부당하다는 것을 국민께 알리고자 한다"며 "피와 땀으로 일궈온 고려아연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뗐다. 이어 "불모지나 다름없던 대한민국에서 오로지 우리의 기술과 열정으로 세계 최고의 비철금속 기업으로 우뚝 섰다"며 "그런데 지금 MBK파트너스라는 투기자본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장형진 고문 등 영풍 측의 경영능력을 겨냥해 "영풍은 사업 부진으로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됐다"며 "영풍 석포제련소의 경영 실패로 환경 오염과 중대 재해를 일으켜 국민에게 빚을 졌으면서도 이제 와 기업사냥꾼과 손잡고 고려아연을 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장 고문이 영풍 석포제련소의 폐기물 보관장에 있는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겨 고려아연을 영풍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고 해왔고 확실한 증거물도 가지고 있다"고 폭로성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그러면서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독보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2000년 이후 98분기 연속 흑자 기록을 세우고 있다"며 "누가 고려아연을 경영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 50년간 고려아연의 모든 실적과 미래를 위한 비전과 미션은 현 경영진과 기술자, 그리고 모든 고려아연 임직원이 함께 일군 것이고 모든 임직원들은 현 경영진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MBK 측에 고려아연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직(職)을 내려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편 MBK 측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의 1대 주주와의 협력 하에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본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며 "적대적 인수합병은 잘못된 주장이다. 최대주주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이라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개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일각에서는 우리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신성장 사업들이 모두 중단될 것 같이 호도하고 있다"며 "근거 없는 억측이며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