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피크 찍었다” 외인, 8조원대 순매도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인공지능(AI) 투자 과열과 반도체 공급 과잉 등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하며 삼성전자 주가도 녹아 내리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삼성전자를 던지고 있고 증권가는 앞다퉈 목표주가를 내려 잡고 있다. 업황이 연내 정점을 찍고 내려 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저점 매수 기회로 보고 매집 규모를 늘리는 중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1.58% 내린 6만2200원에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이날까지 14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7조7246억원어치 주식을 던졌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지난달 22일부터 매수 우위로 돌아서며 22거래일 연속 순매수했고 8조1443억원을 매집했다.
개인들이 이 기간 국내 주식 중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담았지만 주가는 흘러 내렸다. 지난달 22일 대비 이날 주가는 20.56% 빠졌다. 지난 19일에는 장중 6만2200원까지 내리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한달 새 90조원 가량 증발했다. 연초 투자한 개미투자자들은 20%가 넘는 손실을 기록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PC 제품 수요 부진 등으로 인한 올해 3분기(7~9월) 실적 추정치가 시장 예상치보다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목표주가도 줄줄이 낮춰 잡고 있다. NH·KB·키움·한투·삼성증권 등 10개 증권사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평균 하락폭은 17.03%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의 경우 기존 목표가에서 2만8000원 내린 9만2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인공지능(AI) 투자 과열 거품이 빠지며 반도체 업황이 연말 ‘피크아웃’(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서 확산하고 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이익이 당초 시장의 기대에 못미칠 가능성이 높은 점과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초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경쟁 열위 극복이 늦어지는 부분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26일로 예정된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실적 발표, 10월 초 삼성전자의 실적 가이던스 발표 결과에 따라 주가 반등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넷째 주 마이크론 실적 발표, 10월 첫째 주 삼성전자 잠정 실적 발표는 반도체 시장 동향을 엿볼 수 있는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PBR(주가순자산비율) 1.04배로 역사적 PBR 밴드 하단 수준”이라며 ”추가적인 주가 하락은 제한적이라 생각되기 때문에 주가의 상승 가능성을 고려한 매매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의 임원들도 주가 방어를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일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과 이영희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은 각각 자사주 3000주, 5000주를 주당 6만4600원, 6만4500원에 사들였다.
앞서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은 지난 5일 자사주 1만주, 금액으로는 7억390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도 지난 9일 자사주 5000주, 금액으로는 3억4750만원어치를 사들였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