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부 물가 낙관론 유지…국민은 체감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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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정부 물가 낙관론 유지…국민은 체감 못해
  • 이선민 기자
  • 승인 2024.09.26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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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3개월 연속 물가 안정·내수 회복 조짐 평가
전체 지표는 안정,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8월 폭염 영향으로 배추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진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한 시민이 김치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한 시민이 김치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배추 가격이 2만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물가 안정에 대한 낙관론을 고수하고 있다.

26일 기획재정부의 최근 경제동향 9월호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우리 경제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고 있으며, 견조한 수출·제조업 중심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설비투자·서비스업은 완만하게 내수 회복 조짐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지난 7월 물가에 대해 ‘물가 안정’으로 진단했고 8월에는 ‘전반적 물가 안정’, 9월에는 ‘물가 안정세 확대’ 등으로 점차 낙관적인 판단을 이어갔다.

실제로 통계 지표상으로는 물가가 안정화되는 추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114.54(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섯달째 2%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3월 3.1%로 높아졌다가, 지난 4월(2.9%)부터 다시 2%대로 내려왔다. 8월 상승률은 2021년 3월 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정부의 목표 수준인 2.0%를 달성한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대 후반으로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부담 완화와 민간 소비 부진이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면, 폭염과 추석 명절 수요로 인한 신선식품 가격 상승, 여름철 전기료 누진세 완화 종료는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생산자물가지수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7월(119.56)보다 0.1% 하락한 119.41(2020년 수준 100)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공산품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 덕분에 석탄 및 석유제품(-4.0%), 1차 금속제품(-1.5%) 등을 중심으로 0.8% 낮아졌다. 하지만 농산물(7.0%), 축산물(4.2%) 등을 포함해 농림수산물이 5.3% 높아졌고,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도 주택용 도시가스(7.3%) 등이 올라 1.2% 상승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물가 상승을 체감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공산품과 원자재 가격이 하락해도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3년 간 누적된 물가 상승분으로 국민들이 느끼는 물가 부담은 이미 커졌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의 외식가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2020년 8월 서울에서 판매되는 짜장면 한그릇의 가격은 평균 5269원이었으나 올해 8월 서울에서 같은 짜장면을 먹기 위해서는 평균 7308원을 내야한다.

특히 올해는 유례없는 폭염으로 농수산물 가격이 폭등해 외식물가와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더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배추 한 포기(2~3㎏ 기준) 소매가격은 9474원으로 집계됐다. 일부 마트에서는 한포기에 2만원이 넘는 배추도 등장했다. 대상과 CJ제일제당 등 기업의 온라인몰에서는 포장김치 품귀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배추가격 폭등의 주 원인은 폭염의 장기화로 인한 생육부진과 배추 재배 면적 축소 때문이지만, 정부는 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앞서 8월말부터 배추 공급부족이 해소될 것이라고 했지만 9월 말까지도 공급 부족은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오는 27일 16t의 중국산 배추 수입을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추 가격 급등은 대표적인 예시일 뿐이다.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된 농산물이 돌아가면서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다른 물가가 낮아졌다고 정부가 호평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오히려 배신감을 느낄 뿐”이라며 “수치적으로 물가가 안정되는 것은 맞지만 국민 정서에 발 맞춘 평가와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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