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허병남 기자 | 조선시대 대표적인 청백리로 선조때 재상에 올라 영의정까지 지낸 오리 이원익 선생은 연풍현감에 부임하는 손자 수약에게 목민관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알려주려 쓴 글에서 ‘하나의 이익을 일으키는 것이 하나의 폐단을 제거하는 것만 못하고, 한 가지 일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한 가지 일을 줄이는 것만 못하다’ 한 바 있다.
지방 수령으로서 가장 낮은 관직인 현감으로 부임해 가는 손자에게 봉직할 때 지켜야 할 9개 지침을 전하면서,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업무를 줄이는 것 또한 공직자로서 중요한 임무임을 강조한 것이다.
시대가 많이 흘러 세상이 많이 달라졌음에도 이원익 선생이 남긴 메시지는 여전히 공직 사회에 울림을 주고 있으며, 되새기고 지켜나가야 할 가치가 있다.
오히려, 유례없이 변화의 속도가 빠른 지금 행정환경도 급변하고 있어, 비효율적인 시책은 신속히 폐지하고 새로운 요구에 재투자하는 발 빠른 대응체계가 더욱 요구되고 있는 현실이다.
함평군은 변화하는 시대에 능동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행정 비효율을 초래하는 낡은 시책사업을 도려내기 위해 시책일몰제를 새롭게 도입 시행하고, 그 동안 비효율적이고 관행적으로 추진되어 온 17개 사업을 내년부터 폐지하여 약 20억 원의 예산을 절감할 계획임을 밝혔다.
시책일몰제는 정책환경의 변화 등으로 실효성이 떨어지거나, 그동안 관행적으로 반복 추진되는 시책들을 과감히 폐지하여,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고 꼭 필요한 군정 현안사업에 재투자해 군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함평군은 2025년도 주요업무계획 수립 및 본예산 편성에 앞서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함평군 시책일몰제 추진계획을 지난 8월 말 현업 부서에 시달하고, 부서별로 추진 중인 업무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후, 17개 일몰 대상 시책을 발굴했다.
군은 발굴된 시책에 대해 지난 26일 군정 조정위원회를 열어 일몰에 따른 효과, 문제점 등을 종합 고려한 논의 과정을 거쳐 일몰 여부를 최종 확정했다.
이번에 결정된 일몰대상은 ‘전라남도 서북지역 행복생활권 협의회’, ‘일반벼 출하장려금 지원사업’, ‘우량한우 수정란 이식사업’, ‘한국난 재배온실 지원사업’, ‘저소득 한부모가족 생활용품비 지원’ 등이다. 행정환경 변화에 따라 필요성이 현저히 떨어진 사업, 사업수혜자가 일부에 한정된 사업, 타 부서와 중복된 사업 등에 대해 일몰이 적용됐다.
일몰 대상사업은 향후 관련 규정 개정과 예산 삭감 등의 조치를 취하고, 절감된 예산은 군민들이 새롭게 필요로 하고 군민들의 불편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신규 행정수요에 전략적으로 재투입할 방침이다.
이상익 함평군수는 “불필요한 업무를 과감하게 줄이는 것 또한 군정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밝히며, “국가적 세수 감소로 인해 내년도 지방재정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시책일몰제를 통해 업무의 비대 영역은 과감히 도려내고 프로세스를 최적화해 급변하는 행정환경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