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견·중소기업 모두 4분기 체감경기 ‘부진’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부진한 내수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의 성장세와는 반대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내수부진은 심화하는 모습이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의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9월 수출은 587억7000만달러(한화 약77조5764억원)를 기록했다. 일평균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인 29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9% 증가한 수치다.
반면 소비심리는 위축됐다. 한국은행의 ‘2024년 9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월 대비 0.8포인트(p) 내린 100.0로 집계됐다. 소비자심리지수는 3월과 4월 보합세를 유지하다가 5월 기준값 100을 밑돌았다. 6월부터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으나 8월부터는 하락세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CSI) 가운데 6개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기준값 100보다 크면 소비자심리가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물가상승세가 둔화했지만 내수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반영돼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13차례 연속 금리인하가 무산되며 내수 진작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조정 여부가 논의될 예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지난 5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떨어진 2.5%로 전망했다. 한은 역시 지난 8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기존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낮춘 2.4%로 변경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수 회복 모멘텀의 실종 속 수출 경기 회복력의 약화-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2024년 3분기)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는 3분기에도 수출 경기의 회복력이 내수 경기의 진작으로 이어지지 않는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내수 침체를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 전체가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금리 인하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내수를 진작할 수 있는 브릿지 전략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은 현재 한국은행이 고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금리 인하만으로는 경기 침체 극복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가계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다양한 미시 정책들이 함께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보고서는 “단순히 금리 인하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 정부는 지금 당장 브릿지 전략을 통해 경기 회복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며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안정화는 필수 과제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내수는 더욱 침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올해 3분기 내수와 수출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수출만으로 경제를 지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경제 심리를 안정시키고 내수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최근 내수 경기 대책을 추가로 내놨다. 지난 2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내수 회복에 속도를 내기 위한 부문별 맞춤형 처방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먼저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내년 말까지 1년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기업이 직전 3년간 연평균 투자금액보다 더 큰 금액을 투자하면, 증가분에 10%포인트를 추가 공제해 주는 제도다.
다음으로는 정책금융 확대와 제도 개편 계획을 내놨다. 기업에 대한 융자·보증 공급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27조9000억원 더 늘리기로 했다. 증액분 중 16조8000억원은 중소·중견기업에 할당하기로 했다. 도로·철도·환경 등 민간투자 사업의 공사비 부담을 줄이고자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과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에 특례 제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투자애로접수센터(대한상공회의소)와 실물경제지원팀(산업통상자원부)을 중심으로, 제조업 등의 현장 규제 개선 작업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다만 체감경기는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24년 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에 따르면, 4분기 BSI는 85로 집계됐다. BSI가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기업규모별로 대·중견·중소기업 모두 기준치 100을 하회하며 4분기 체감경기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