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삼전 필두 어닝시즌 개막…증권가 "눈높이 낮춰야"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주요 증시가 상승한 가운데 국내 증시만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까지 나서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지만 한국증시 소외현상은 오히려 더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증시는 올해 상반기 인공지능(AI) 열풍으로, 하반기 미국의 금리인하와 중국의 경기부양책으로 랠리를 이어갔다. 하지만 국내증시는 이와 동떨어진 흐름을 보였다. 증권가에선 어닝시즌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높이를 낮춰야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올 들어 지난 3분기 말(9월30일)까지 2.34%, 코스닥은 11.85% 각각 하락했다.
이 기간 동안 미국 증시는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지수가 12.31%, 나스닥이 21.17%, S&P500이 20.81% 각각 상승했다. 중국 증시 역시 호조를 보였다. 선전종합지수가 4.99%, 항셍지수가 23.97%, 상해종합지수가 12.15% 각각 올랐다. 홍콩H지수는 30.19% 급등했다. 일본 닛케이255는 13.31%, 대만 가권은 23.95% 각각 올랐다. 심지어 전쟁 중인 이스라엘의 TA100지수도 12.26% 상승했다.
9월 한 달간 성적도 코스피가 가장 저조했다.
코스피가 9월 한 달 동안 3.03%, 코스닥이 0.49% 내리는 동안 중국 선전종합지수는 24.95%, 항셍지수는17.48%, 상해종합지수는 17.39% 각각 올랐다. 홍콩H지수도 18.62%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지수는 1.85%, 나스닥은 2.68%, S&P500은 2.02% 각각 올랐다. 이스라엘 TA100은 1.77% 올랐다. 일본 닛케이255(-1.88%), 대만 가권(-0.20%)는 하락했지만 하락폭이 코스피에 비해 낮았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등 특정 종목에 과도하게 쏠린 국내 증시의 특징, 밸류업(기업 가치 개선)에 대한 실망감 등이 국내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고 분석한다.
국내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며 투자자들이 떠나가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미국주식 보관금액은 900억18만달러(약 120조2000억원)로, 지난해 말(680억2349만 달러)로 약 32.3% 늘었다. 코스피와 달리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수익률, 국내 기업과 다른 적극적 주주환원책 등이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로 떠나가는 이유다.
KB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코스피가 저항선을 뚫고 추세적 랠리를 재개하려면 결국 반도체·IT등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아직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미래에 실적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확신이 투자자들에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 강진혁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역사적 신고가를 다시 썼고, 중국도 경기 부양책 기대감이 이어지면서 강세를 보였지만 한국은 소외됐다"며 "반도체 호재와 중국 부양책 이슈 등 대외 호재들이 단발성에 그쳤고 외국인 순매수 금액이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오는 8일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필두로 3분기 잠정실적 발표가 이어질 예정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을 향해 보수적 접근을 당부하고 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코스피 기업들의 3분기 실적에 대해서 다소 눈높이를 낮춰야 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주요 증권사 16곳의 컨센서스(전망치)를 종합한 결과 삼성전자 3분기 매출액은 81조9000억원으로, 1개월 전보다 2.63% 하향 조정됐다.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1조176억원으로 같은 기간 18.84% 급감했다.
그런데도 증권가에서는 더 눈을 낮춰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81조원 영업이익 11조원"이라며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제외한 D램 수요와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이 시장기대치를 하회한 데 따라 당초 기대치보다는 실망스러울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 외에도 한국 코스피 기업들의 3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다소 눈높이를 낮춰야 할 수 있다"며 "상반기 어닝서프라이즈로 인해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져 있으며, 원화강세로 인해 수출기업들의 마진 축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 어닝시즌 개막을 앞두고 기업들의 실적 눈높이 하향 조정이 이루어지면서, 증시도 부진한 상황이다. 이달 첫째 주 코스피는 2500선에서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