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신상 유출로 인한 2차 피해 우려, 경찰 대책 마련 중
매일일보 = 손봉선 기자 | 전남 순천에서 발생한 10대 소녀 흉기 살인 사건과 관련해 작성된 공문서가 온라인에 유출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박대성(30)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피의자가 저지른 범행에 관한 사건 보고서가 지역 맘카페 등에서 유포되자 전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최초 유포자를 추적 중이다.
전남경찰청과 순천시는 지난 26일, 사건 당일 작성한 살인사건 발생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피해자의 실명과 나이, 피의자 박대성의 신상정보 등 외부 유출이 금지된 정보가 담겨 있었으며, 이를 경찰 내부 관계자가 외부로 흘린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 보고서는 지역 맘카페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퍼졌으며, 이로 인해 피해자 가족과 지역 사회의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찰은 보고서 작성 경위와 유출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내부 조사와 함께 최초 유포자를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건은 지난달 26일 새벽 0시 43분, 순천시 조례동 한 길거리에서 발생했다. 박대성은 아무 이유 없이 길을 지나가던 A양(17)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던 중 갑자기 흉기를 챙겨 나와 범행을 저질렀다. 검거 직후 그는 "소주 4병을 마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증거로 인해 범행을 인정했다.
박대성의 주장에 의문이 제기된 것은 경찰이 그의 가게를 압수수색한 결과였다. 그의 말대로 4병의 소주를 마신 흔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 있던 소주병을 조사한 결과, 술이 모두 비워진 것은 2병에 불과했고, 나머지 2병 중 하나는 마개만 열렸을 뿐 비어 있지 않았으며, 또 다른 병은 아예 개봉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따라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그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 사건으로 박대성은 법적으로 신상 공개 대상이 됐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최초로 '특정 중대범죄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그의 얼굴과 신상 정보가 공개됐다. 공개된 신상은 범행 수위가 높고 사회적 파장이 큰 범죄의 경우에만 적용된다.
경찰과 검찰은 박대성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또는 충동적이었는지를 철저히 규명할 방침이다. 박대성은 지난 4일 검찰에 구속 송치됐으며, 검찰은 그가 술에 취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과 관련된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순천 지역에서는 시민들의 충격이 상당하다. 특히 피해자의 가족은 보고서 유출로 인해 큰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다. 보고서 유출로 인한 피해는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로 부각됐고, 이를 막기 위한 공권력 내부의 관리 감독 체계 강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 공문서 관리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보고서 유출 사건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경찰과 검찰은 사건의 경위를 명확히 규명하고 유포자에 대해 강력한 법적 처벌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