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충족·가계부채는 '글쎄'
채권전문가 64% 금리인하에 무게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국은행이 오는 11일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p) 낮추고, 통화정책의 키를 완화 쪽으로 틀 것이라는 관측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이뤄지면, 2021년 8월 0.25%p 인상과 함께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가 무려 3년 2개월 만에 마무리된다.
채권 전문가 64%는 오는 11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8일 '2024년 11월 채권시장지표'에서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 달 26일부터 지난 2일까지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의 응답을 분석한 것이다.
금투협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단행과 9월 국내 소비자 물가상승률 1%대 진입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예상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채권 금리가 보합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응답이 64%로 지난달(46%)보다 눈에 띄게 증가했다. 채권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응답은 12%로 지난달(18%)보다 6%포인트 줄었고, 떨어질 것이라는 응답은 24%로 지난달(36%)보다 12%포인트 감소했다.
최근 국고채 금리가 한은의 긴축 완화 기대감을 이미 충분히 반영한 수준으로 하락하자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금통위 후에도 채권 금리가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 관련 채권시장 심리는 전월 대비 악화했고, 환율 관련 시장 심리는 전월 대비 개선됐다.다음 달 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9%로 전월(47%) 대비 28%포인트 떨어졌다.물가 보합세를 예상한 비율은 73%로 전월(51%) 대비 22%포인트 증가했고, 물가 상승을 예상한 비율은 8%로 전월(2%)보다 6%포인트 올랐다
실제 전문가들은 금리인하 전망의 주요 근거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목표(2%) 안착, 민간 소비 등 내수 부진에 따른 성장률 하락 우려를 거론한다.
0.25%p 인하를 점친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1.6%로 한은 목표치(2%)를 밑돌기 시작해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경기의 경우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 증가율까지 앞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하회하는 등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관련 우려는 약해졌지만, 점차 성장 둔화의 우려가 커지는 만큼 한은도 금리 인하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민간 소비나 투자, 체감경기 등 경기 흐름을 고려할 이미 금리가 인하됐어야 한다"며 "하지만 한은은 최근까지도 여전히 우리 경제가 나쁘지 않고 내수도 회복세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번에 금리를 내리더라도 경기나 성장 부진을 명분으로 내세우기가 애매한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 측면의 명분이 아니라면 결국 물가 상승률 하락,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시작 정도를 한은이 피벗의 근거로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