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원내·외 세력화 행보···공고한 친윤 입지 '부담'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리더십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협력 관계'인 용산 대통령실과는 공개적으로 불협화음을 내고 있고, 정책 능력 증명 무대인 국회에서는 거대 야당의 위력에 눌려 좀처럼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대표는 난국 돌파를 위해 최근 본격적인 '당내 세력화'에 나선 모습인데, 당내 소수인 친한동훈(친한)계가 당장 영향력을 발휘하긴 어려울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9일 여권에 따르면 7·23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의힘에 '한동훈 체제'가 들어선 지도 80여일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 대표 리더십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먼저, 전대 과정에서 삐걱거렸던 대통령실과의 관계는 대표 취임 뒤에도 이어지고 있다. 한 대표는 전대에 출마하면서 '제3자 채상병 특검법 추진'을 공약해 대통령실과 마찰 기류를 형성했는데, 이후 총선을 앞둔 지난 1월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의 사과 의사를 무시했다"는 의혹을 핵심으로 하는 '김 여사 문자 파동'까지 터지면서 양측의 관계는 날로 불편해져갔다.
대표 취임 이후 한 대표는 의정갈등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전향적 입장 변화를 줄곧 요구했지만 사실상 묵살당했다. 한 대표는 의료대란 출구 모색을 위해 지난달 24일 대통령실의 여당 지도부 초청 만찬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하기도 했다. 그 사이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한 대표를 배제한 채 원내지도부,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 및 상임위 간사단만을 초청해 만찬 회동을 하면서 두 사람 관계에 대한 당·내외 우려는 증폭됐다.
한 대표는 자신의 정책적·정치적 능력을 뽐내야 할 국회에서도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아닌 원외 인사이자, 소수여당 대표로서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한 대표는 의정갈등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지만, 정부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의료대란 출구전략이 논의될 '여야의정 협의체'는 아직도 출범이 요원하다. 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 지구당 부활 등을 주장하며 '이슈 선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최종 결정권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는 점에서 한 대표가 더 큰 존재감을 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 출마 선언과 함께 약속한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발의는 당내 다수의 반대 속에 사실상 좌초된 게 아니냐는 공세를 야당으로부터 받고 있다.
정치권에선 한 대표가 직면한 난국의 원인 중 하나로 한 대표의 빈약한 당내 세력기반을 꼽고 있다. 한 대표도 이를 인지한 듯, 최근 본격적인 '당내 친한계 세력화' 행보에 나선 모습이다.
한 대표는 지난 6일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당내 친한계 의원 20여명을 불러모아 만찬을 했고, 7일에는 국회에서 열린 원외위원장 연수를 계기로 원외당협위원장 90여명과 오찬을 했다. 한 대표는 친한계 의원들과 만찬 자리에서 "내가 열심히 앞장서서 하겠다"며 "물러나지 않겠다. 믿고 따라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내에 '친한 세력'이 자리 잡는다고 하더라도, 당장 당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긴 어려울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윤 대통령 임기가 절반 넘게 남은 터라 당내 주류인 친윤석열(친윤)계 입지가 공고하기 때문이다. 대표 취임 100일의 '허니문' 기간이 끝나면 친윤계가 한 대표에 대한 본격적인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