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통일 독트린, 北에 위협 아냐···통일은 韓 자유 北에 확장하는 일"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자유통일 한반도가 실현되면 한반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가 획기적으로 진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정부 산하 동남아시아연구소가 주최한 '싱가포르 렉처'에 참석해 "북한의 핵 위협이 사라지고 국제 비확산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역내 국가 간, 지역 간, 평화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대폭 활성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통일 한반도'가 북한 주민들에게 '축복'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통일 한반도는 가난과 폭정에 고통받는 2600만명의 북한 주민에게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자유를 선사하는 축복이 될 것"이라며 "자유롭고 열린 통일 한반도가 실현된다면 이는 자유의 가치를 크게 확장하는 역사적 쾌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자유롭고 열린 통일 한반도의 실현은 인태 지역의 경제 발전과 번영에도 강력한 추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 대통령은 "개방된 한반도를 연결고리로 태평양-한반도-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거대한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에너지, 물류, 교통, 인프라, 관광에 걸친 활발한 투자와 협력의 수요가 분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해 "대한민국의 자유 가치 체계를 공고히 하고 북한에 자유통일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널리 전파하면서, 통일 한반도를 구현하기 위한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다짐"이라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8·15 통일 독트린이 북한에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북한에 위협은 전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 통일 원칙과 비전은 자유·평화 통일"이라며 "어떤 무력과 물리력에 의한 강제적인 통일은 우리 헌법이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일은 대한민국이 누리는 자유주의 체제를 북으로 확장하는 일"이라며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을 더 공고히 하고, 북한 주민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유와 인권에 대해 알림으로써 북한 주민이 자유통일을 갈망하는 여건을 조성하면서 대한민국의 통일이 국제사회에 정말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공감대를 갖도록 연대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대화를 거부하고 오로지 핵무기에만 매달려 전체주의적인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그래서 당장은 통일을 기대하기 쉽지 않지만 통일을 준비하고 이에 부합하는 행동을 꾸준히 실천해야 상황의 변화와 기회가 왔을 때 국제사회에 도움이 되는 통일을 실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중 관련 대한민국의 정치적·정책적 고려사항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한미 관계뿐만 아니라 대중 관계에서도 상호존중과 국제규범 원칙에 입각한 공동의 이익 추구 차원의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은 우리의 자유를 방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 유일한 동맹국가"라며 "대한민국 외교와 대외정책의 근간은 한미 동맹에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북한을 도와 대한민국 국군·유엔군과 싸운 역사가 있다"면서도 "이런 과거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차원에서 대한민국의 안보·경제·투자 등 모든 분야에서 굉장히 중요한 국가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미·중 경쟁을 언급하며 "원칙은 규범에 입각한 국제 질서라는 틀 안에서 경쟁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글로벌 차원의 규범 기반의 합리적인 국제질서를 견인하는 건설적인 관여 차원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신속·솔직하게 대화해야 한다"며 "오해와 선입견, 정보활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얻은 것에 기반해 대응할 것이 아니라 직접 실무자와 당국자, 필요하면 고위급에서 즉각적이고 신속하게 대화하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것이 갈등과 위기를 관리하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렉처는 동남아연구소가 싱가포르 외교부 후원으로 자국을 방문하는 주요 정상급 인사를 초청해 연설을 듣는 세계적 권위의 강연 프로그램이다. 싱가포르 통화청 출연금을 기반으로 동남아연구소가 1980년에 창설했고, 같은 해 10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시카고대 교수가 첫 강연에 나섰다. 이어 2회 강연자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초청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이 연사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