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번호 유출 아니라지만···"명태균 번호 입수 경로 조사"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윤석열 후보가 선출됐던 지난 2021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당시 대의원을 포함한 당원 전화번호 약 57만 건이 명태균씨에게 유출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미래한국연구소(여론조사 업체) 실제 운영자로 알려진 명씨가 지난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의원과 당원 56만8000여 명의 전화번호를 입수해 이들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명씨는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으로 언급되는 인물로, 최근 범여권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드러내며 관련 폭로를 이어오고 있다.
노 의원은 미래한국연구소가 △10월 19~20일 △10월 21일 총 2회에 걸쳐 국민의힘 당원 11만7829명, 13만9156명에게 전화를 돌려 각각 3450명, 5044명의 응답을 받았다는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최종 후보 간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공정한 경선 관리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본경선 기간에 조사가 실시됐다는 점, 당원 정보 수십만 건이 공신력이 의심스러운 외부 기관으로 유출되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노 의원에 따르면 문제의 여론조사에 활용된 국민의힘 당원 목록에는 책임당원과 대의원 분류, 성별과 지역, 휴대전화 안심번호 등이 포함돼 있다. 노 의원은 "유출된 당원 정보 57만 건은 당시 국민의힘 책임당원 규모와 유사하며 해당 정보 접근과 활용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국민의힘 또는 특정 캠프 핵심 관계자가 책임당원 정보를 통째로 넘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시 미래한국연구소는 1·2차 경선을 통해 추려진 최종 후보 4명(원희룡, 홍준표, 유승민, 윤석열)의 본선 경쟁력을 비교했고, 각 후보와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1:1 가상대결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조사에서 윤석열 후보는 여타 후보들보다 이재명 후보를 크게 앞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노 의원은 "이 조사에 국민의힘 중앙당이 연루됐는지, 아니면 특정 후보 캠프가 개입했거나 다른 배후가 있는지, 그리고 조사 결과가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를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며 "특히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가 대세론 등을 유포하는 데 쓰였다면 '불법적인 방식으로 실시된 조사 결과를 활용해 여론을 조작하고 경선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친 범죄로 규정'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당이나 특정 캠프 차원의 공식 조사였다면 조사 목적과 외부 의뢰 이유 등을 상세히 밝히고 계약서와 영수증 등을 통해 무상 조사가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며 "만약 당에서도 모르는 일이었다면 자체 조사를 실시하고 즉각 수사를 의뢰해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검경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특검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때 해당 사안을 다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노 의원이 지목한 전화번호 유출 시점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든 전화번호가 '0503'으로 시작하고 이름은 익명화한 안심번호"라며 "문제가 없는 명단이고, 당에서 (특정 후보 측에) 유출된 것이 아니라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후보 측에 공히 제공된 것"이라며 전화번호 '유출'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다만 "이것을 윤석열 후보 측에서 어떻게 활용했는지는 대통령실 또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에게 물어보시면 될 것 같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런 건 국민의힘 당신들이 알아서 좀 해명하라"며 "당대표란 사람이 정치적 유불리 따지면서 페이스북에 관전평 올리면서 서초동 정치 하지 말고"라며 여당과 한동훈 대표를 싸잡아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의혹 관련, 명씨에게 번호가 흘러 들어간 경로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이날 인천 강화문화원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번호 유출 의혹과 관련해 "전혀 위법한 사안이 없다"면서도 "이 명부가 그 이후나 경선 기간 중에 명태균이라는 사람에게 어떻게 흘러갔는지에 대한 부분은 우리가 지금부터 차근차근 조사할 예정이다. 조사에 따라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면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