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도 경기 둔화…韓,대외 의존도 높아 예의주시
불경기에 희망퇴직·무급 휴직 등 몸집 줄이기 나서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국내 산업계가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대외 불확실성 증가로 수출 성장세도 꺽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예상되면서 노심초사다. 중동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고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 유럽연합(EU) 경기 둔화도 가시화해 향후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한국 경제의 허리인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기업들도 허리띠를 바짝 조이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의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지난 7월 95.1로 내림세로 전환한 뒤 9월(91.2)까지 3개월 연속 악화했다. 미국과 중국 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기업CBSI 실적(95.4)도 2개월 연속 하락세로 지난해 5월(95.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CBSI(90.9)는 석달 연속 하락해 지난해 10월(90.5)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으며 비제조업 CBSI(91.4)도 두달 연속 내렸다. 경영애로사항으로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내수부진 비중이 가장 높았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0월 조사부문별 BSI가 모든 부분에서 업황이 부진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내수(95.4), 수출(98.1), 투자(90.2)의 트리플 부진은 지난 7월 전망 이후 4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호조 등에 힘입어 9월 수출이 12개월 연속 늘면서 무역수지도 16개월째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반도체 수출 증가율의 경우 4월 56.1%, 5월 54.4%, 6월 50.9%, 7월 50%, 8월 38.8%, 9월 37.1%를 기록하며 점차 둔화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해외 투자은행들은 한국 수출 증가율에 대한 피크 아웃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전년도수출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소멸한다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또 중국의 성장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경기냉각 징후가 포착, 주요 수출 대상국 수요 둔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우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한국 수출에 대한 주요국 경기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고 미중 무역갈등과 중동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 변화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구조적으로 한국 수출은 특정 국가 및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대외여건 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철강, 석유화학에서 배터리 등 신사업에 이르기 까지 중국발 공급 과잉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 기업들도 몸살을 앓고 있다. 최우석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다양한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국발 공급과잉은 장기화될 수 있으며 공급과잉 규모도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국내 기업에게 중대한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기업들도 '몸집 줄이기'를 통한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해외 법인을 중심으로 인력 감축에 나선 가운데 국내 사업장에서도 연말 대규모 인적쇄신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최근 SK온이 창사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SK텔레콤도 최대 3억원의 위로금을 주는 퇴직 프로그램 시행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