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CBAM·美 CCA 등 탄소규제 리스크
수소환원제철, CCUS 실증 등 지원책 절실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산업계가 유럽연합(EU)과 미국의 탄소규제에 직면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철강, 석유화학·정유 산업 중심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정부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와 석화·정유사들이 글로벌 탄소규제를 피하기 위해 탄소중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多)배출 분야 중 하나다. 철강산업은 국내 전체 탄소배출의 약 14%를 차지할 정도다. 산업부문만 한정할 경우 철강 비중은 38%에 이른다. 석화·정유산업도 석유를 원재료로 하는 특성상 제품생산과 연료연소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많다. 석화산업은 철강에 이어 2위, 정유는 4위로 석화·정유를 합산할 경우 산업 부문의 24%를 차지한다.
이렇다 보니 글로벌 탄소규제로부터 국내 철강, 석화·정유 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위기다.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은 현재 적용 품목을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에서 유기화학, 플라스틱 등 석화제품과 원유정제 분야까지 추가할 계획이다. 미국의 청정경쟁법(CCA)도 탄소조정세 부과대상으로 화학제품·화학비료, 석유정제품, 에탄올 등 12개 품목을 포함하고 있다. CCA는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도입이 유력하다.
국내 철강, 석화·정유 업계가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 이러한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문제는 이를 위한 탄소중립 관련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포스코에서 가동 중인 고로를 모두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약 54조원으로 추산됐다. 현대제철의 친환경 고로 전환비용도 14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철강업계는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U의 경우 철강사 저탄소 상용설비 전환비용의 40~60%를 정부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일본은 3조엔(약 27.5조원)의 탈탄소 실증 및 설비 전환을 지원한다. 국내 철강사들은 수소환원제철의 기술개발과 실증을 위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석화·정유업계도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본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탄소 감축을 위해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상용화, 재생에너지 도입 확대, 저탄소·고기능 소재 기술개발 지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