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공급 불균형···임대차법 4년차 영향 한몫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수도권을 비롯해 지방에서 대규모 입주 물량이 공급되고 있지만, 전셋값이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오르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통상 새 아파트 입주에 따라 주변 전셋값이 주춤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전세 수요 대비 매물 부족이 심각한 데다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 시행 4년차를 맞아 호가를 한꺼번에 올리는 집주인이 늘어난 결과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14일 집계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한 주 만에 0.06% 올랐다. 수도권(0.10%→0.12%)은 상승 폭이 확대됐고 지방(0.00%→0.01%)은 상승 전환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4주 연속, 경기·인천 전셋값은 각각 70주, 42주째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처럼 높아진 전셋값은 스트레스DSR 2단계 시행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대단위 아파트 입주 임박에도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직방 통계를 보면 이번 달 전국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은 2만7848세대로 전월 대비 약 24% 많다. 여기에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이목이 쏠린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이 다음 달 입주를 앞두고 있지만, 서울은 물론 주변에서도 '입주장 효과'는 사라진 모습이다.
이는 전세 수요 대비 공급 부족과 대출규제 및 임대차법 시행 4년차 사이클 등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42.9로 2021년 10월(162.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보다 높을수록 전세를 찾는 사람이 전세를 내놓은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공급이 적은 와중에 수요가 몰리자, 가격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8월 서울 아파트의 3.3㎡(평)당 전세가격은 평균 2442만원(KB부동산 통계)으로, 이는 2022년 말 이후 20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 임대차2법(2020년 7월31일 시행) 4년 주기를 겪은 집주인들의 신규 계약 시 향후 4년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적용하자는 주장에도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앞서 2022년에도 계약갱신권을 대비해 4년치 전셋값을 한꺼번에 올리려는 집주인들로 인해 전셋값이 폭등한 바 있다. 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020년 7월 4억6458만원에서 1년 반 뒤인 2022년 1월 역대 최고가인 6억3424만원으로 36.5%나 뛰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셋값 상승 압력이 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예정분이 없었다면 주변 전셋값은 더 올랐을 것"이라며 "서울 신축 물량이 수요보다 부족하다 보니 입주장 효과를 보기 힘들고, 당분간 예년보다 입주 물량도 적을 것으로 예상돼 전셋값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