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한국과 일본 재계는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미래지향적이며 상호 호혜적인 '새로운 60년'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해 나가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는 18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제31회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하고, 양 단체가 양국 공동 번영을 위한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지속하자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개회사에서 "이순(耳順)을 맞은 양국 관계는 작은 일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성숙해졌으며, 공동 번영의 미래로 달려 나갈 채비를 갖췄다"며 "새로운 60년을 향해 무엇을 해야 할지 양국 경제인들은 지혜롭고 진지하게 설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저출생, 지방 소멸,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양국 경제계가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함께 주도하기 위해 G7, G20, OECD 협력의 틀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은 개회사에서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미래지향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한일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국 협력과제로는 중요물자 공동조달, 수소·암모니아 공급망 구축, 한국의 CPTPP 가입 지원, 스타트업 협력포럼 및 교사교류와 같은 인적교류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날 회의에서 한국과 일본의 수소 및 디지털 전환 협력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산업 활동에 있어 탄소 저감이 필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했다. 이를 위해 수소를 비롯한 청정에너지의 생산, 운송 및 활용 등 전 분야에 걸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수소는 양국 정부와 기업이 함께 미래지향적 협력을 심화시켜 나갈 수 있는 최적의 분야로서, 양국의 관련 부처 간 수소 협력 대화가 민간으로 확대되면 협력이 더욱 구체화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를 위해 양국 기업의 수소모빌리티 분야 글로벌 리딩을 위한 기술 표준 조화, 상용 수소차 시장 확대, 제3국 충전인프라 확충을 위한 협력이 제안됐다.
한일 글로벌 협력과 이를 기반으로 한 한미일 협력으로의 확대 방안이 논의됐다. 주요 광물에 대해 공동 비축제도를 마련, 어느 한 나라의 공급망에 위기가 발생하면 그 위험을 서로 분산해 나가자는 제안이 논의됐다.
한일 협력을 기반으로 한미일 협력을 공고히 해 나가야 한다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지난 6월 발족한 '한미일 비즈니스 대화'를 플랫폼으로 3국 경제계 간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고 다짐했다.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논의되었다. 특히 현재 한일 인적교류가 미래세대인 1020 세대와 기성세대인 50대 이상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각 분야의 허리 세대로서 주도적 역할을 해 나가고 있는 3040 세대 간의 교류가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전반적인 인적 교류를 보다 원활히 하기 위해 지난 9월 양국 정상이 도입을 추진하기로 한 '사전입국심사제'를 경주 APEC 정상회의, 오사카·간사이 세계박람회(오사카 엑스포)와 연계해 조속히 도입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이외에도 방한 일본인의 쇼핑에 대한 면세 혜택 제공, 한일관계 60년 비전 설계를 위한 연구 제안 등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한경협과 경단련은 이날 회의를 토대로 △OECD, APEC, G20, G7 등에서의 한일 간 협력을 위한 노력 △지속가능한 사회 실현 노력 △안정적 공급망 및 수소 등 청정에너지 협력 △신생산업 등에서의 국제표준 마련 협력 △한미일 경제 협력 강화 △AI, 양자컴퓨터 등에 있어 고도인재 활용협력 △스타트업 협력△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다양한 세대·분야 협력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서를 채택했다. 아울러 양국 경제계는 경주 APEC 정상회의와 오사카 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한편 전날 개최된 환영만찬에는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참석해 한경협-경단련이 구상하는 '새로운 한일관계 60년'에 대해 국회 차원의 지원 의지를 밝혔다. 환영만찬에는 한국·일본 스타트업과 양국 재계 리더들이 교류하는 자리도 함께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