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K-뷰티의 미래, IP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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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K-뷰티의 미래, IP에 달려있다
  • 정태균 특허법인 BLT 파트너 변리사
  • 승인 2024.10.2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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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균 특허법인 BLT 파트너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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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장품 산업의 '중국 특수'가 끝났다는 말이 작년부터 나오고 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같은 대기업의 2023년 실적과 주가는 부진하며 화장품 시장의 트렌드는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으로 바뀌고 있다. '국내 뷰티업계 2강이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표현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화장품 시장은 다른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단기적 시장 접근을 강조하다 보면 특화된 진출 및 IP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시장은 모든 분야에서 궁극적으로 진출하고 싶은 시장이고, 중국은 단기적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었다. 중국 시장은 한국 연예인의 인기에 의해 높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지만, 그 관심이 쉽게 사라질 수 있는 불안정한 시장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한때 잘 나갔으나,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이 품질을 높이면서 매출이 감소했던 경험이 있다. '중국 특수'라는 표현은 일시적인 특수 상황을 내포하며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반면 '미국 특수'라는 표현은 들어본 적이 없다. 미국은 전 세계 브랜드가 경쟁하는 시장으로 여기서 성공하는 것은 단순한 이슈가 아니라 실력과 냉정한 시장 판단에 달려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화장품 시장은 804억달러 규모로 개별 국가 중 가장 크다. 중국(619억달러), 일본(357억달러)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 중국처럼 자국 브랜드가 성장하면 그쪽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구조와 달리, 미국 시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리 잡아야 한다. 필자는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라는 개념을 중시하며 미국 시장에 집중하는 것도 기본에 충실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본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같은 제조사들은 뛰어난 생산 능력으로 OEM·ODM 방식을 통해 화장품의 품질을 상향 평준화했다. 새롭고 특이한 용기 디자인을 자체적으로 개발하지 않으면 연우 같은 제조사에서 용기를 구입해 브랜드 라벨을 붙여 판매하는 방식이 일반화됐다. 이런 환경은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기 좋은 조건이다. 아이디어와 마케팅만 있으면 높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브랜드가 지속 가능하려면 내실을 다져야 한다. 브랜드 철학, 네이밍, 디자인에 집중하고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해 시장 포지션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새로운 추출물 기반 조성물을 사용하거나 원재료의 사용 기한 관리와 용기 품질 관리 등을 통해 뛰어난 품질을 소비자에게 인정받는 것이 한 방법이다. 이러한 전략은 화장품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도 통용된다.

ODM으로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사도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로레알과 아모레퍼시픽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기술 개발과 IP 확보에 집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과정에서 네이밍 관련 상표권, 용기·포장 디자인권, 새로운 조성물을 활용한 기술에 대한 특허권과 같은 IP의 확보도 필수적이다. 중소 브랜드들은 마케팅을 통해 단기 매출을 올리는 것에 집중할 수 있지만 장기적 안정성을 위해서는 IP가 중요하다. 상표권은 브랜드명과 제품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며 용기와 포장의 유사성을 막기 위해서는 입체 상표권과 디자인권이 필요하다. 또한 조성비나 새로운 조성물로 특허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다. 화장품 관련 기술이 없다면, 관련 연구자들의 기술을 이전받아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고 IP를 확보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중소 뷰티 브랜드들은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들이 성공적인 시장 진출 전략을 세우고 다른 분야 사례를 참고 기본에 충실한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글로벌 뷰티 브랜드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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