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및 환자 “의료인은 나쁜 파업이고, 노조는 착한 파업이냐” 비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서울대학교병원 노동조합이 오는 31일부터 전면 파업 돌입을 예고하면서, 다른 병원 종사자들도 행렬에 합세할지 관심이 모인다. 노조 또한 임금·근로조건을 이유로 파업을 결정한 만큼, 환자들 사이에선 의사 단체와 다를 바 없다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21일 서울대병원 노조에 따르면, 사측과의 교섭에서 노조가 요구한 공공병상 축소 저지와 의료대란 책임 전가 중단, 임금·근로조건 개선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파업을 결정했다.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조합원 투표를 진행하고, 결과에 따라 31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을 시작할 방침이다.
노조는 파업 책임을 정부로 돌렸다. “윤석열 정부가 ‘가짜 의료개혁’을 추진하며 상급종합병원의 병상을 5∼15% 축소하기로 했고, 서울대병원은 15%의 병상을 줄여야 한다”며 “현재 전체 병상수 대비 공공병상은 9.7%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병상을 더 줄이는 것은 공공의료를 망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종사자 입장에선 의사들의 집단 행동으로 빚어진 의료공백을 떠맡은 형국인 만큼, 처우 개선이 절실한 실정이다. 일부 병원에선 연차를 제한하고 근무시간이 무작위로 변경되거나, 무리한 업무를 떠맡기는 등 근무 환경이 심각하게 열악한 상태다.
문제는 해당 파업이 서울대병원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단 점이다. 앞서 간호사와 의료기기사 등으로 구성된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8월 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요구 조건은 △의사 진료공백에 따른 일방적인 책임 전가 금지 △연차휴가 강제 사용 금지 △임금 인상 △업무범위 명확화 △인력 확충 △교대근무자 처우 개선 등 서울대병원 노조의 요구와 대동소이하다.
당시엔 노조와 병원이 밤샘 협상을 진행한 끝에 파업 예고일 직전 62곳 중 59곳의 교섭이 타결됐고, 사실상 파업이 철회됐다. 업계에선 파업 철회 후에도 일부 병원이 노조의 조건에 미온적으로 대처한단 불만이 나온다.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불만을 가진 병원 사이에서 파업 강행론이 다시금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병원 노조가 그동안 의사들의 의료현장 이탈에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해 왔던 만큼, 환자들의 지지를 얻기 힘들 전망이다. 특히 서울대병원 노조는 해당 병원 소속 교수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때엔 비난 보도자료까지 낸 바 있다.
현재 전공의들 이탈로 빚어진 진료공백은 대학교수들이 보완하는 중이다. 그런데 교수들이 강도높은 업무에 시달리면서, 지난 6월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휴진을 추진했다. 노조는 당시 “교수들의 집단 휴진은 어떤 정당성과 명분이 있는가”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또 정부와 의사단체를 향해 “진료거부로 암병원 진료까지 취소되면서 환자들의 생명은 사그라들고 있다”며 “국민 목숨과 건강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을 했을까”라고 반문했다.
의사들이 의료인의 본분을 망각하고, 자신들의 이권을 관철하기 위해 환자를 방치하고 병원을 떠나는 것이 옳느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막상 노조의 요구 조건 중에도 임금·근로조건 개선이 포함된 상태다. 환자들은 노조 또한 의사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이득이 반영되지 않아 파업을 진행한다고 여기는 실정이다.
해당 뉴스를 접한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이번 파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여론이 대세다. 한 인터넷 누리꾼은 “노조는 환자를 버리고 자기 돈벌이에만 급급하구나. 너희가 의사에게 하던 말 아니냐? 환자를 버리지마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유저는 “노예처럼 살던 레지던트들 사표 썼을때는 '돈 밖에 모른다', '우리는 숭고한 사람들이라 의사와 다르게 병원을 지킨다' 위선적인 발언을 일삼더니 바로 ‘돈 더 줘’ 파업? 너희 파업은 착한 파업이냐?”라고 비난했다.
취재에 응한 서울대병원 내원자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파업을 선언했다가 환자들을 걱정해 철회한 바 있다. 의사들을 대신해 환자를 돌보며 힘겹게 일하는 간호사와 직원분들에겐 늘 감사하고 있다. 하지만 큰 수술을 앞 둔 환자들은 의료인들 말 한마디 한마디에 큰 위험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