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찾아 재계의 애로 및 건의 사항을 청취했다. 정치권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으로 소용돌이에 빠진 상황이지만, 여권의 유력 차기 대선주자로서 한 대표가 전통적 지지층과의 스킨십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손경식 회장을 비롯한 경총 인사들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22대 국회 현안에 대한 경영계 건의 사항'을 여당 측에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보수정당인 국민의힘과 경영계가 자유·경쟁 등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집단임을 내비치며 '동질성'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자유민주주의 정당이자 보수정당"이라며 "제가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와 보수 정치의 본령은 경쟁을 장려하고 룰을 지키며 경쟁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정치가 기업의 발전과 혁신을 훼방 놓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저희는 그걸 하지 않겠다"며 "그것이 제가 말씀드리는 자유민주주의와 보수 정치의 본령이라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한 대표는 최근 경영계의 핵심 요구사항으로 언급되는 노동 개혁과 규제 개선에 대해서도 논의를 피하지 않을 뜻을 피력했다. 한 대표에 앞서 발언한 손경식 경총 회장은 "우리 노동시장은 매우 경직되어 있어 기업들의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의 개편, 지역·업종별 최저임금 차별화 등을 주장했다.
관련해 한 대표는 "손 회장께서 말씀하신, 어렵지만 (논의를) 피하지 않아야 할 주제들이 있다"며 "그러한 주제들과 관련해서 허심탄회하게 많은 말씀 듣고 토론하고 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한 대표와 경총의 만남은 여권이 김 여사 관련 문제와 자신이 주도하는 당정 관계 재정립 시도 등으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 이뤄졌다는 데서 정치권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날 오후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 준비로 지난 주말 공개 일정을 잡지 않은 한 대표가 면담 당일 외부 일정을 소화한 것 자체가 상당한 신경을 쓴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정치권 일각에선 보수 진영의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한 대표가 자신과 여당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과는 별개로 전통적 지지층과 수시로 만나는 등 대권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매일일보>에 "한 대표가 10·16 재보궐 선거에서 보수 텃밭에서 크게 이기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은 것 같다"며 "앞으로도 대권 가도를 위해 결집이 필요한 전통 지지층을 기회가 될 때마다 만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