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수도권만 집값 상승 여전, "양극화 답 없어"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정부가 공수표를 남발하고 DSR 규제 시기를 번복하는 등 부동산정책 신뢰도가 바닥을 치자 강남 등 인기지역을 제외한 지역들이 주택거래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서울과 지방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 26일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도입을 기존에 계획한 7월에서 9월로 미뤘다. DSR은 대출받은 자가 한 해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상환 능력 내에서 대출을 받도록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 지난 2월 처음 도입됐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스트레스 DSR을 우선 적용(1단계)한 뒤 지난 7월부터 은행권 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로 확대(2단계)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시행하기 일주일 전 계획을 갑자기 수정했다.
당시 금융당국 관계자는 “서민과 자영업자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범정부적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 등 전반적인 부동산 PF 시장 연착륙 과정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주택공급 계획 발표도 공수표에 불과했다. 지난 7월 정부는 부동산 관계부처장관회의를 열어 추가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공공 매입임대주택을 오는 2025년까지 기존 12만 가구보다 최소 1만 가구 이상 추가 공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즉각 실행이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고준석 연세대 교수는 “신축 공공주택을 늘리겠다는 정책이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며 “앞서 여러 차례 발표했던 정책이며 비탄력적 특성을 가진 부동산 시장에서 정책 발표 직후 곧바로 공급이 늘어나지도 않아 가격에 영향을 줄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정부의 시장 관련 대책 발표 시점도 아쉽다”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선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이 필요했기에 이러한 공급 확대란 의미가 없고 공수표 남발로 시장 불안 심리를 해소하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정책이 신뢰도를 잃자 안정성이 보장된 서울과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선 청약쏠림 현상이 확인됐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전국 1순위 청약자 수는 117만7247명으로 지난해 연간 1순위 청약자 수(108만7082명)를 뛰어넘었다.
지난 9월 서울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396.8대 1로 지난 2018년 이래 월간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수도권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지난 9월 대비 3.1p 오른 121을 기록했다. 기준치 100을 넘기면 분양시장 전망이 좋다는 의미다.
청약경쟁이 과열되며 내 집 마련에 대한 갈등이 커지자 한쪽에서는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사태마저 벌어졌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545만733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81만5885명) 대비 35만8657명 줄었다. 전달과 비교하더라도 3만2635명이 청약통장을 해지한 셈이다.
전국 아파트값 상승세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주도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아파트 3.3㎡당 매매가격 상승률은 0.86%(2084만원→2102만원)다. 서울(1.49%, 4045만원→4106만원)과 경기(1.06%, 1859만원→1879만원) 및 인천(0.37%, 1354만원→1359만원)이 상승세를 주도했고 광주(-1.12%, 906만원→896만원)와 부산(-1.07%, 1515만원→1499만원) 및 대전(-0.46%, 1302만원→1296만원) 등 주요 도시에서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10월 둘째 주(지난 14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1% 오르며 3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대출규제 여파로 매수심리가 위축됐고 관망세가 이어졌지만, 되레 상승폭이 커진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가 줄면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주요 도시로의 인구 편중이 심화한다”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곳은 서울이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내 선호도 높은 지역에선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KB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은 오르지만 지방은 떨어졌다”며 “집값 양극화를 막을 정책적 해법은 없고 서울이나 일부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 규제 등 정책이 정답은 아니다”고 밝혔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일단 지방을 살리기 위해 국립대를 활성화하고 지방 이전으로 지방 경제와 일자리를 살리는 외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다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며 기업도 법인세 감면 등 특별한 혜택이 없다면 자발적으로 이전하지 않을 텐데 세금감면이 과도하면 되레 세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가 계획한 모든 계획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현 정부는 모든 것을 이루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 성과를 내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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