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사업 HD현대·한화 선정 차일피일 미뤄
천궁-Ⅱ 이라크 수주 한화-LIG 갈등 뒷북 중재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방위사업청은 2027년 글로벌 4대 방산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은 지지부진하고, 천궁-Ⅱ 이라크 수주를 둘러싼 국내 기업들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방사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범정부 차원에서 방산산업을 적극 육성해 글로벌 빅4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방위산업을 ‘수출 전략 산업’의 관점으로 접근해 체계적인 수주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에 ‘수요국 맞춤형 방산 수출 전략 연구’ 용역 공고를 내기도 했다.
실제 국내 방산업계는 지난 2022년 폴란드 대규모 수주에 힘입어 역대 최대 규모인 173억달러 수출을 달성한 데 이어 지난해 140억달러를 수주해 2년 연속 100억달러 돌파 기록을 세웠다.
그럼에도 여전히 방산 수출의 주무부처는 방산 수출 진흥 업무를 담당하는 방사청이다. 방사청은 2027년 글로벌 4대 방산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방사청은 “최근 5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방산시장 점유율이 2%로 8∼9위 정도”라며 “5위 국가의 시장점유율이 6%이니 점유율을 그 이상 늘리면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국내 방산산업은 기업들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KDDX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 선정을 두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사이에서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15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방사청 국정감사에서 KDDX 기업 선정을 양측의 고소·고발 관련 의혹이 해소된 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석 청장 발언 이틀 뒤인 지난 17일 방사청은 “KDDX 사업 추진 방안과 관련해 적기 전력화 시기, 방위산업 생태계, 수출 영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정정했다. KDDX 입찰비리 의혹과 관련한 경찰의 왕정홍 전 방사청장 구속영장 신청은 지난달 검찰로부터 반려된 상태다. 경찰은 현재 보완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도 마무리 안 된 현 시점에서 KDDX 관련 의혹이 해소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KDDX 사업에 대한 방사청의 대응도 아쉽다는 평가다. 지난 5월 석 청장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구본상 LIG넥스원 회장 등 그룹 오너들과 면담을 추진했다 사실상 취소했다.
최근에는 방사청이 검토하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KDDX 공동수행 방안을 두고도 업계에서는 부정적이다. 방사청은 지난달 정례브리핑에서 “KDDX 사업 추진 방안에 대해 '공동 개발, 동시 발주, 동시 건조'를 포함한 다양한 사업 추진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공동 개발 및 동시 건조에 대해 군함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기술결함 및 하자의 책임소재를 가리기도 어렵다는 점을 들어 우려가 나오는 분위기다. 방사청이 KDDX 사업 선정에 어려움을 겪자 ‘궁여지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나오고 있다.
천궁-Ⅱ 이라크 수출과 관련 한화와 LIG넥스원 간 납기와 납품가격 등을 놓고 갈등이 빚어진 상황도 업계에서 방사청의 역할 부재가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천궁-Ⅱ 포대에서 미사일과 통합 체계는 LIG넥스원, 레이더는 한화시스템, 발사대와 차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생산한다. 한화 측은 LIG 측이 가격과 납기에 대한 사전 합의 없이 이라크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LIG 측은 계약 체결 직전 한화 측이 협의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방사청은 두 기업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중재에 나섰다. 이라크 수출 계약 체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하고 계약 체결되고 나서야 뒤늦게 두 기업 간 중재에 나선 것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앞으로 3개사가 천궁-Ⅱ 이라크 수출을 위해 업체 간 협의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며 “업체 간 협의를 중심으로 진행하면서 방사청도 중간중간 체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