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만 10여개, 혐오시설 인식…AI 경쟁력 저하 위기
매일일보 = 김성지 기자 | 전 세계가 인공지능(AI) 주도권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규제·사회적 문제 등으로 답보 상태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AI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생성형 AI 등장 후 IDC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선 IDC는 필수 인프라다. 클라우드 서비스·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 활용은 IDC 수요를 더욱 증가시키고 있다. 국내 IDC는 지난해 기준 민간 85개, 공공 68개로 총 153개다. 2027년까지 신규 준공예정 센터는 30개로 향후 IDC 개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IDC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SK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는 IDC 사업에 5년간 3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AI 서비스 전용 데이터센터를 인천사옥에 구축했다. 카카오는 지난 1월 본격 가동을 시작한 안산 데이터센터에 이어 오는 2027년까지 제2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이미 기존 데이터센터 ‘각 춘천’에 이어 ‘각 세종’ 데이터센터를 운영중이다.
IDC 사업은 건설·부동산 업계에도 신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공장이나 IDC는 기존 아파트 공사보다 규모나 수익성면에서 강점이 있어 건설 업계에서도 중요도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최근 GS건설·삼성물산·SK에코플랜트 등 건설사들은 IDC 시공을 넘어 운영까지 다루며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IDC 사업을 진흥하고 국가 AI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국내 산업 전반에 IDC가 신성장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여러 규제와 사회적 문제로 인해 IDC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IDC 관련 규제는 △데이터센터 지역 분산 정책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확대 등 10여개에 달한다. 또 IDC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와 온실가스 발생, 막대한 전력 사용으로 인한 전력난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 주민 반발에다 정부 규제까지 늘어나면서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IDC 건립 후보지에서 우리나라를 배제하는 ‘코리아패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사이에서 한국은 IDC 설립 허가에만 수 년이 걸린다고 알려져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네이버는 자체개발한 공조시스템 3세대 설비를 통해 자연 바람을 통해 IDC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을 감축했다.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안산’의 설계부터 ‘물효율지수(WUE)’를 도입해 에너지와 물을 덜 사용하는 친환경 솔루션을 적용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IDC의 친환경을 위해 냉난방공조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양 사는 첨단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액침냉각 테스트를 진행했다. 삼성SDS는 오는 2026년 동탄 데이터센터에 액침냉각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만 지속하다간 정부도 AI G3를 목표는커녕국가 경쟁력뿐 아니라 AI 주권을 뺏기는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며 “기업에서도 설계단계에서부터 친환경 기술을 적용하며 노력하고 있는 만큼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진흥책을 고민해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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