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통장 효력·가점 상실···재당첨 제한 불이익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아파트값이 고공행진 중인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약 열기가 뜨겁다. 새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는 저렴하다는 인식이 여전한 데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몇몇 단지는 '로또청약'으로 불리며 청약자가 몰리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조차 없이 청약에 나섰다가 덜컥 당첨된 뒤 낭패를 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자금 부족 등의 이유로 계약을 포기할 경우, 기존 가점이 삭제되고 재당첨 기회도 수년간 박탈되기 때문이다.
21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로또 청약 광풍'을 일으킨 서울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와 서울 도곡동 '래미안 레벤투스' 등에서 계약 포기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당첨 시 최소 수억원에서 최대 20억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고 알려지며 청약자들이 몰렸지만, 높은 분양가에 따른 자금 조달 부담과 국토교통부의 자금 출처 전수조사 발표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민간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 한 달 이내에 전체 분양가의 10~20%를 계약금으로 현금(이체) 납부해야 한다. 여기에 발코니 확장비를 비롯해 △시스템에어컨 △빌트인가전 △중문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등 추가 옵션 비용의 10~20%도 필수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분양 측은 수분양자가 제출한 자기자금·차입금 등 상세한 자금조달계획과 방식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분양가에 따라 적어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 현금성 자금이 한 달 안에 한꺼번에 필요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래미안 원펜타스·래미안 레벤투스 등의 경우, 계약금(분양가 20%)만 약 2억원~5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청약 당첨 후 자금 부족 등 개인적인 문제로 계약을 포기하면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청약 당첨 후 포기 시, 우선 기존 청약 통장의 효력을 상실하고 보유했던 가점도 잃게 된다. 청약 가점 산출 시 통장 가입 연차에 따라 최대 17점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향후 재당첨 제한이 풀리더라도 확률적인 손실이 뒤따른다는 의미다.
아울러 5~10년간 청약 재신청이 제한된다. 구체적으로 투기과열지구·분상제 주택 10년, 청약과열지역 7년, 토지임대주택·조합당첨자 5년 등이다. 또한 생애최초 특별공급 신청 자격도 사라진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및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 축소 등으로 금융권을 통한 주택 자금 조달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로또 분양 등 시세 차익만 보고 청약에 나서기 보다는 본인 자금 상황을 봐가면서 분양 단지를 선별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