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소송 중인 학부모의 알 권리 인정한 판결
매일일보 = 손봉선 기자 | 법원이 자녀의 사망과 관련된 사건 정보 공개를 거부한 검찰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자녀의 죽음을 둘러싼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인 학부모가 요청한 사건 정보 열람을 검찰이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광주지방법원 행정1단독 장용기 부장판사는 A씨가 광주지검 순천지청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 부분 공개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이 비공개 결정을 내린 송치결정서 중 개인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자녀가 교사의 정신적 폭력과 가혹행위로 인해 숨졌다고 주장하며, 이를 근거로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교사의 아동학대 혐의에 대한 송치결정서를 열람하고자 했으나 검찰이 거부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검찰은 A씨가 요구한 송치결정서에 참고인 진술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어 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이러한 정보가 비공개 대상에 해당된다는 이유를 들어 A씨의 열람 요청을 반려했다.
그러나 A씨는 인적 사항 등 개인 정보를 제외한 정보는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자녀의 죽음과 관련된 민사 재판에서 교사의 불법행위 책임을 입증하기 위해 송치결정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인 피해자에게 관련 사건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장 부장판사는 "개인 식별 정보를 제외한 송치결정서가 국민의 생명·신체, 재산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자녀 사망 사건과 관련된 민사 재판에서 교사의 불법행위 책임을 입증할 이익이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부모가 민사적 배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판결은 숨진 자녀와 관련된 사건 정보 열람을 거부한 검찰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법원은 민사 소송을 진행하는 부모가 자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불법행위를 입증하기 위해 사건 정보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검찰의 기밀 유지와 관련된 논란 속에서 국민의 알 권리와 정보 공개 범위에 대한 중요한 판례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의 사건 정보 비공개 결정에 대한 기준과 절차가 보다 명확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전망이다. 국민의 알 권리와 정보 공개의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 판결은 유사한 사례에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