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두 번째 회동 시사...'김건희 특검' 논의 주목
매일일보 = 조석근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회동이 사실상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가운데 정치권의 시선은 여야 대표의 두 번째 회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국정감사 직후 11월 초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겨냥한 특검법을 처리할 방침이다. 여당 내 이탈표가 절실한 상황에서 한동훈, 이재명 대표의 김 여사 관련 논의에 관심이 집중된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회동은 사실상 한 대표의 굴욕으로 끝났다.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과 관련된 한 대표의 제안에 대해 윤 대통령은 거부의 뜻을 명확히 드러냈다. 한 대표는 지난 10·16 재보선 전부터 디올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천개입 등 의혹에 대한 김건희 여사의 사과, 대외활동 자제, 대통령실 내 인적쇄신 등을 요구했다.
회동은 내용은 물론 형식을 두고도 뒷말을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와 회동 이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따로 만난 데 대해 대통령실은 이날 "통상적으로 여당 의원들과 대통령이 식사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라며 시인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연락이 있어서 잠시 들렀다"며 "대통령이 필요할 때 의원들에게 불시에 연락해서 가벼운 자리를 갖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과의 회동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삼갔다.
한동훈 대표의 '독대' 요청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한 대표측은 한 달 가까이 기싸움을 벌였다. 최근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계기가 된 '명태균·김대남 녹취록 파문' 속에서 어렵사리 치러진 회동을 두고 대통령실은 굳이 정진석 비서실장을 배석시켜 '면담' 형식을 만들었다. 통상적이라면 만찬을 겸할 수도 있었으나 이마저 생략한 가운데 정작 회동 후에는 당내 2인자인 원내대표를 따로 만난 것이다.
김건희 여사 논란을 두고 당정 지지율이 모두 급락하는 비상 상황에서 정국 돌파를 위한 해결책보다 양측이 기싸움에 몰두한 모습을 연출한 셈이다. 정치권 시선은 자연스레 여야 대표의 추후 회동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 2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 지도부 회의에서 "한 대표님 오늘 면담을 잘 하시고 기회가 된다면 야당 대표와도 한 번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곧바로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이 "이 대표가 한 대표에게 회담을 제의했고, 한 대표도 민생정치를 위해 흔쾌히 응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윤 대통령과의 회동을 앞두고 대통령실을 압박한 측면이란 해석도 나온다.
당장 양자간 회담 일정을 포함한 실무협의는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양측은 지난 9월 1일 만남에서 추가적인 회담을 예고한 바 있다. 양측의 두 번째 회담이 성사될 경우 김건희 여사 관련 논의가 가장 큰 의제로 자리할 전망이다.
야권이 국감 직후인 11월 초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인 가운데 또다시 거부권 정국이 예고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재의결 과정에서 여당 내 8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데 한동훈 대표를 위시한 친한계의 움직임이 관건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지도부회의에서도 "여론조작, 공천개입, 국정농단 의혹들이 하루가 멀다고 터져나오고 그 실체가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며 "김건희 특검을 하지 말자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여권을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