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한국은행이 3년 2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자 고금리 예금상품이 실종되고 있다. 저축은행에서는 판매되던 연 4% 정기예금이 자취를 감쳤다.
2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 정기예금의 12개월 만기 평균 금리는 3.67%, 최고금리는 연 3.95%로 집계됐다. 지난 1일 연 3.70%에서 0.03%포인트(P) 인하된 것으로 전년(연 4.23%) 대비로는 0.56%p 내렸다.
이들 저축은행에서 취급 중인 정기예금 상품(12개월 만기 기준) 중 금리가 4.0%를 넘는 상품은 한 개도 없었다. 이는 한 달 전과 다른 분위기로, 이달 초까지만 해도 일부 저축은행들이 연 4.3%에 달하는 이자를 제공한 바 있다.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수신금리를 내리고 있다.
실제로 SBI저축은행이 지난 11일부터 정기예금‧회전정기예금 금리를 0.1%p 내렸으며, 지난 16일 수시입출금식 통장(사이다입출금통장)의 금리를 0.2%p 낮췄다. 다올저축은행은 지난 22일 12개월 Fi정기예금(대면·비대면) 금리를 0.05%p 인하했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역시 정기예금·회전정기예금 금리를 0.03~0.05%p 하향조정했다.
저축은행들은 지난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유치한 고금리 상품으로 이자 비용이 급증하고 수익성이 악화하자 지난해 말부터 수신 금리를 낮춰온 바 있다. 당시 저축은행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연 6%대 특판을 내놓는 등 예금금리 경쟁이 치열했다. 아울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상승하고 금융당국의 사업성 평가 개선으로 대손충당금 부담이 늘자 여신도 보수적으로 취급해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에 따라 이자 부담이 줄고 연체율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출을 늘리기 위해 예·적금 금리를 올리며 수신고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저축은행 수신(말잔)은 100조9568억원으로 전월(99조9128억원) 대비 1조440억원(1.04%) 증가했다.
저축은행 수신 잔액이 전월 대비 증가세를 기록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5개월 만이며 한 달 만에 100조원대로 다시 올라섰다. 7월 저축은행 수신은 2021년 11월 이후 2년8개월 만에 100조원 아래로 떨어진 바 있다.
은행권에서는 저축은행보다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 영향을 반영해 잇따라 수신 금리를 낮추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의하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최고 연 3.35~3.42% 수준에 불과하다.
이날 NH농협은행은 이날부터 거치식 예금 금리를 0.25~0.40%p 인하한다. 적립식 예금 금리를 0.25~0.55%p, 청약 예금과 재형저축 금리를 각 0.25%p 하향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은행의 전체적인 수신금리가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실제 시장금리를 수신 금리에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이날부터 적립식 예금 금리를 0.20%p 조정하는 대신 판매 한도를 기존 85만좌에서 90만좌로 늘리기로 했다. 동시에 가계대출 관리 강화 차원에서 오는 25일부터 신용대출 갈아타기 상품의 우대금리를 1.0~1.9%p 축소한다.
SC제일은행은 주요 예금상품의 금리를 0.1%p 인하하기도 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내부적으로 수신 금리 조정을 검토 중이거나 추이를 살피고 있다. 통상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은행권에서는 예금금리가 조정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0.25%p 낮추면서 향후 은행권의 예금금리의 추가 조정도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