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제도 개선 및 시민 의견 수렴 등 해결할 문제 多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언급한 철도 지하화 사업이 사업 신청 접수로 시작을 알렸지만, 사업비 확보와 제도 개선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은 모양새다.
24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사업은 서울과 수도권 도심을 가로지르는 지상철도를 지하로 옮기는 사업으로 기존 상부공간(철도부지) 고밀·복합 개발이 핵심이다.
철도 지하화는 지난 1월 ‘철도 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법적 기반을 마련하면서 본격화됐다. 사업부지 지상·지하 통합개발 및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국유재산 출자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해당 사업은 단순히 철도를 지상에서 지하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 전체를 재구성할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기존 철도부지에는 상업시설이나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 및 녹지를 조성한다. 지하에는 철도를 비롯해 공간 확보가 필수적인 교통 환승 시설이나 주차장 및 물류 센터가 들어설 수 있다.
실제 지난 2016년 탄생한 경의선 숲길은 기존 용산선을 지하화해 생긴 공원으로서 마포구와 용산구 내 대표적인 녹지이자 시민 쉼터로 손꼽힌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가좌역부터 용산구 효창동 효창공원앞역을 지나 원효로 1동 주민센터까지 길이만 6.3km에 달한다.
당시 서울시는 약 8만㎡ 부지를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50년간 무상 임대해 공원을 조성했다.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서울시는 공원 조성 당시 457억원을 투자했고 매년 20억원가량을 관리비용으로 사용하지만, 공덕역과 홍대입구역 등 개발을 통해 매년 27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둬들이는 중이다. 시민들은 경의선 숲길 이름을 미국 센트럴파크에서 따 ‘연트럴파크’라 부르며 연간 방문객만 약885만명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약 80조원으로 추산되는 철도 지하화 사업비를 어떻게 충당할 지다. 국토부가 수도권과 부산 등 주요 지역 철도 지하화 비용으로 추산한 금액은 50조원 안팎이다. 이는 철도 지하화와 상부부지 개발 비용을 제외한 수치로 이를 포함할 시 전국 기준 80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 6월 용혜인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연합과 전국철도노동조합이 공동 주최한 ‘철도 지하화 쟁점과 공공철도 과제’ 세미나 내용을 살펴보면 주요 대도시 내부에 약 150km 수준 철도를 지하화할 경우 예상되는 사업비만 80조원 이상이다. 이는 단순 사업비만 따진 수치로 정비와 유지 및 주민안전 이동 문제 등 비용은 추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서울시가 추산한 지하화 사업비는 약 25조6000억원이다. 경부선(서울역~석수역)과 경원선(서빙고역~도봉산역) 일대에 각각 15조원과 10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시는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사업비를 보수적으로 책정했기에 상부공간 개발 이익(약 31조원)만으로도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공사비 인상 등을 고려할 때 사업비 25조원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철도 지하화 비용을 상부부지 개발 이익으로 충당해야 해 상부 사업성 확보는 필수”라며 “최근 공사비 원가가 올라 사업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상부부지 시설에 대한 수요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상부부지 개발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닥친 상태다.
광주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준비가 더 필요해 보인다”며 “내년 상반기 중 국토부에 추가 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 관계자도 “연구용역 결과 사업비 20조원 중 상부 개발 수익이 4조원(20%)에 그쳤다”며 “잔여개발부지도 부족해 별도 국비 지원이 없다면 사업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사업을 함께 추진할 지자체 협조와 집값 문제 및 시민 의견 수렴과 불편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전현우 서울시립대 연구원은 “재원 규모도 비상식적이며 조달 규모도 위험해 부동산 소유자에게만 이익”이라며 “이는 집값이 싼데 교통은 편한 지역의 세입자가 손해를 보는 구조로 땅 주인을 위해 이 사업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김기남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창업지원센터장은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국토부는 지자체나 사업시행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역할을 명확히 하고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 센터장은 “철도 지하화 사업은 단순한 인프라 개선을 넘어 지역 주민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개발로서 이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업 초기부터 주민 대표나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주민 아이디어를 계획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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