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자산 반환 지연되는 와중에 폐업 더 늘듯
매일일보 = 성동규 기자 | 가상자산 시장의 업황 악화와 관련 규제 강화에 따른 부담이 맞물리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이는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투자자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에 제출받은 ‘영업 중단 및 폐업 신고 가상자산 거래소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 중 영업 종료 거래소는 11개사, 영업 중단 거래소는 3개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영업을 종료한 거래소들에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가입자 수만 3만3096명에 달했다. 이들이 돌려받아야 할 자산 규모는 현금성 자산 14억100만원, 가상자산 164억1600만원 등 총 178억1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영업 중단 상태인 3개 거래소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가입자 1720명의 306억5000만원(현금성 자산 7000만원, 코인 305억8000만원)이 묶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영업 종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안내하고 영업종료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현장점검을 진행했지만 사실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폐업이 더 늘어날 전망이라는 점이다.
지난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 시행으로 국내에서 거래되는 모든 가상자산에 대해 상장 적정성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이 작고 주로 국내에서 거래되는 알트코인들은 상장 폐지 가능성이 커져 거래량이 급감, 소형 거래소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현재의 경영난을 버틸 만한 충분한 자본력을 갖춘 소형 거래소가 많지 않은 만큼 향후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할 수 있다. 더욱이 올해 말 가상자산사업자 갱신도 쉽지 않아 보인다.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 갱신 심사 조건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특정금융정보법 일부 조항이 개정되면서 심사해야 할 사항이 늘어나기도 했다. 소형 거래소들이 이상 거래 감시 시스템 정교화 및 이용자 가상자산을 분리·보관하는 기술 등 금융당국에서 요구하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런 탓에 업계 일각에선 애초에 금융당국이 5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코팍스)를 제외한 소형 거래소에는 가상자산사업자를 갱신할 여지를 주지 않으려 했던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돌고 있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하겠다고 금융당국에서 정책을 펼친 것이 도리어 투자자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형국"이라며 "투자자의 자산이 언제 반환될지 미지수다. 떼인 돈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