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최근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내 방산업계의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유럽의 방산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방산기업들은 뛰어난 가성비와 신속한 납기 능력을 강점으로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수출액은 올해 처음으로 200억달러(약 27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 배경에 러-우 전쟁 장기화로 군사비 지출을 늘리고 있는 유럽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대유럽 무기 수출 규모는 2017년 약 8억8000만달러에서 2022년 약 138억3000만달러, 2023년 42억1000만달러로 급증했다. 수출국도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에서 폴란드, 루마니아, 영국 등 유럽 전 국가로 확대되는 추세다.
다만 유럽에서 K-방산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유럽방위산업전략(EDIS)을 발표하며 유럽 내 무기 거래 비중 확대, 방산업계 투자 확대, 유럽투자은행의 무기 생산 관련 대출 금지 정책 완화 등을 모색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EU는 EDIS 발표와 함께 20%대인 역내 무기 조달 비중을 2035년까지 60%로 확대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지난 4월에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러-우 전쟁 발발 이후) 우리는 미국과 한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것으로 대응해 왔다"며 "유럽의 자주국방을 위해 유럽산 군 장비를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K방산 견제’의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에 정부가 유럽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맞설 수 있도록 외교정책을 강화하고 방산업계의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 금융 지원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유럽 국가들이 해외에 빼앗긴 시장을 찾기 위해 '방산 카르텔'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 지원 및 수출 대상국의 지정학적 평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방산 수출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동과 미국 시장 등 새로운 시장 개척으로 유럽에 치우친 수주 비중을 낮춰야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중동은 분쟁 지역으로 무기 수요가 높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는 미국 무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한국산 무기 도입을 적극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