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향상·민관협력 개발 활성화·지원체계 일원화 필요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등을 제치고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키우는 동시에 단순도급에서 벗어나 민관협력개발사업을 전개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3분기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3% 감소한 211억1000만달러다. 이는 정부가 올해 목표로 밝혔던 400억 달러 절반을 조금 넘긴 수치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같은 기간 종합건설업체들의 경우 57개 국가에서 191억6805만 달러의 수주고를 기록했다. 이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56개 국가에서 222억6563만달러를 기록한 것 대비 14% 감소한 수치다.
기존 해외수주 텃밭이었던 중동에서도 지갑을 닫고 있다.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생산과 판매를 독점하던 국영기업 아람코는 오는 2030년까지 40만 배럴 원유를 석유화학 제품으로 생산하기 위한 설비 개발사업 전면 재검토를 알렸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공사비 급등 문제로 신규 발주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각지로 진출한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매섭다. 이들은 지난 2000년대 초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추진하며 개발도상국 내 인프라 건설을 지원한 뒤 이와 연계한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경험을 쌓았다.
개발도상국과 자국에서 도로와 아파트 등 시공 경험을 쌓은 중국 업체들은 이미 초고층 시공 역량마저 보유했다. 실제 지난 2008년 병따개 모양 상하이세계금융센터(SWFC)를 완공한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는 해외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원철 한양대 특임교수는 “우리나라 초고층 빌딩이라고는 롯데월드타워가 전부”라며 “이미 중국에는 롯데타워 수준의 초고층 건물이 10개 정도 있고 정국 건설사는 이러한 건물을 지으며 시공 역량을 쌓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화랑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자국 부동산시장 침체를 겪은 중국은 점차 해외시장으로의 적극적인 진출을 모색하는 중”이라며 “이들의 시장 점유율이 지속해서 오르는 상황이기에 꾸준한 모니터링과 더불어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그간 한국의 강점으로 꼽힌 건설기술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복남 서울대학교 교수는 “침체기에 들어선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성과(수주)를 내기 위해선 엔지니어링에 기반을 둔 기술력 뒷받침이 필수”라며 “한동안 중국의 저렴한 수주 공세에 맥을 추지 못했던 조선업계가 기술 역량을 키운 뒤 생산성을 향상해 다시 세계 1위로 우뚝 선 것처럼 건설업계도 변화해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최원철 교수는 “한국은 IT 기술에 커뮤니케이션을 접목한 ICT에 강점이 있고 이를 국내 건설 현장에도 점차 도입하고 있다”며 “이러한 신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해야만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투자개발사업도 대안으로 꼽힌다. 이는 공사비만 받는 게 아니라 보유 지분만큼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손실 위험이 큰 단순 부동산 개발에서 벗어나 민관합작투자사업 등 해외 인프라 투자에 관심을 둔 셈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 투자개발 사업 수주액은 지난 9월 기준 20억 달러 규모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액(14억6000만달러)을 뛰어넘는 수치다. 해외 수주액 중 투자개발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4.4%에서 9.5%로 5.1%p 올랐다.
실제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가 지난 2017년 수주해 2022년 완공한 세계 최장 현수교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 프로젝트는 대표적인 예시다. 이들은 수주부터 완공을 비롯해 운영까지 맡고 있다.
지난 21일 삼성물산은 튀르키예 낙카쉬·바샥셰히르 고속도로 투자사업 수주를 알렸다. 이는 삼성물산이 단순 시공만 하는 도급에서 그치지 않고 프로젝트에 지분을 투자한 뒤 건설과 운영까지 맡아 향후 투자비를 회수하는 민관협력개발사업(PPP) 방식이다. 사업비는 2조1000억원 규모로 국내 기업이 수주한 해외 고속도로 PPP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의 지원체계 일원화 작업이 필요하단 지적도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지난 7월 해외투자개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 뒤 지원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며 “해외건설 수주를 지원하는 기구를 통합하고 흩어진 지원은 일원화하는 작업도 서둘러야 연간 수주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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