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8월부터 '계엄 경고' 했는데···與는 '선동' 치부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에선 3개월여 전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가능성을 점쳐왔다. 지난 8월부터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정부가 계엄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당시 정부·여당은 이를 '무책임한 선동'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언하면서 민주당 주장은 현실이 됐다. 안일한 상황판단으로 기습 계엄을 허용한 국민의힘은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에서 '계엄 의혹'이 처음 제기된 시점은 올 8월 전당대회 기간이었다. 당시 최고위원 후보였던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 후보로 지명한 데 대해 "탄핵과 계엄 대비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고위원이 된 후에도 "이러다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무너지지 않고 군(軍)을 동원해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은 아닌지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며 계엄설을 놓지 않았다. 이후 민주당 내에서 계엄 의혹 제기를 주도한 이는 김민석 최고위원이었다. 김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후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정권 흐름은 차지철 스타일의 야당 입틀막 국방부 장관의 갑작스러운 교체와 대통령의 뜬금없는 반국가 세력 발언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작전이라는 것이, 저의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저는 박근혜 탄핵국면에서 계엄령 준비서 정보를 입수, 추미애 당시 대표에게 제보했던 사람 중 하나"라며 자신의 의혹 제기에 근거가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계엄령 빌드업 불장난을 포기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9월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담에서 "최근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며 계엄령 선포설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안을 보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당정은 민주당의 이같은 의혹 제기를 "선동"으로 규정했다. 특히 국민의힘 인사들은 계엄 의혹을 주도적으로 제기한 김민석 최고위원에게 십자포화를 쏟아내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매일일보>에 "계엄은 없다고 큰소리치던 여당 인사들 지금 아무 말도 못 한다"며 "야당에서 계엄 경고할 때 무시하고, 결국 얼빠진 채 계엄을 당했다. 이 사태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정부의 계엄을 사전에 예측한 김병주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윤 대통령과 김용현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이어지는 '충암파(충암고 동문)'를 이번 계엄 사태의 핵심으로 꼽았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추가적인 계엄 선포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언론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