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로 원달러환율 최고 1500원까지 상승 전망
이창용 한은 총재 “환율, 추가적 요인 없으면 점진 하락”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고(高)환율에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디스카운트가 원화 약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벌어진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 차이도 강달러 추세 동력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5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환율 주가 종가는 1415.80원이다. 이는 전일 대비 5.00원 상승한 수치다.
환율 상승은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발동시킨 ‘비상계엄’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발동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해당 조치 발생 이후 환율은 급격히 치솟았다. 4일 외환시장 개장 직후 개장 직후 환율은 1418.8원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최고치이자, 장중 고가 기준 지난 2022년 11월 4일(1429.2원) 이후 최고치다. 다행히 차츰 안정을 차지해 1413원대르 장 마감했다.
문제는 비상계엄을 통해 환율이 1500원대까지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점이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원달러환율 상방 압력이 커졌다고 말한다. 이를 토대로 최고 150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현재 정부가 무제한 유동성 공급 조치 등으로 원달러환율 상방 압력을 누르고 있지만, 여전히 변동성은 큰 상황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야당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국회 본회의 보고 등 비상계엄 사태 여파 지속은 원화 약세 요인”이라며 “정치 혼란이 장기화할 경우 원화 약세 기조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1400원대 고환율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비상계엄이 해제됐으나, 영국과 이스라엘은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발령했고 미국과 일본 등도 자국민을 대상으로 주의를 당부하는 등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환율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점진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 전망에 대해 “계엄 사태가 당연히 부정적 뉴스이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1410원으로 약간 오른 상태”라며 “이후 새 쇼크(충격)가 없다면 천천히 다시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번 사태로 경제 전망이나 금리 인하 등 통화 정책 변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선제적 금리 인하는 경제 전망이 바뀌어야 한다”라며 “그러나 현재까지 새로운 정보가 없기 때문에 경제 전망을 바꿀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른 주요국처럼 경제 기초체력 문제나 재정 등 관련 정책 방향 차이로 정부가 붕괴한다거나 하는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순수하게 정치적 이유에 따라 계엄이 일어났다”며 “우리나라 경제는 기초체력, 경제 성장 동력이 있고, 이것들이 정치적 이유하고 분리돼있는 만큼 신인도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더 관심이 많다고도 토로했다. 이 총재는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한 해외의 충격이 더 큰 것 같다”며 “국내에선 국내 정치 상황을 계속 봐 왔기 때문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이라도 하는데, 해외에선 정말 쇼크가 온 것이라 제 전화기, 이메일로 정말 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질문이 왔다”고 전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통화 정책 변화가 없다고 밝힌 가운데 이창용 총재는 추가 기준금리 인하도 일축했다. 이 총재는 4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를 통해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했지만, 우리는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잘 해결해온 경험이 있다”라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긴급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지난 3일에도 진행했으며 이번 정치적 사건으로 경기 전망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시사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올해 3분기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전분기와 같은 0.1%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5일 ‘3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발표하며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부문별 성장률을 보면 수출이 자동차·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0.2% 감소했다. 건설투자도 건물 건설 중심으로 3.6%나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