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승구 기자]‘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위한 대책으로 주목받아온 일명 ‘김영란법’의 5월 임시국회 처리가 불발돼 6월 이후로 넘겨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27일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김영란법의 본래 이름)’에 대한 재심의에 들어갔으나 이해충돌 방지 제도 등 일부 쟁점에 대한 여야의 의견차로 합의를 보지 못하면서 결국 법안처리가 무산됐다.
특히 이날 소위가 19대 국회 상반기의 마지막 상임위 회의이기 때문에 여야는 새로 구성되는 하반기 국회에서 이 문제를 재논의키로 했다.
다만 소위는 이날 핵심 쟁점사안으로 꼽혀온 ‘공직자의 대상 확대와 범위 설정’과 ‘공직자 금품수수 형사처벌 시 직무관련성 적용 여부’에 대한 여야 합의사항을 발표하고 이를 후반기 새로 구성되는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반영해줄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합의사항 발표는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이르면 6월에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논의는 원점에서 출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선 소위는 주요 쟁점이었던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공직자의 범위를 국·공립학교뿐 아니라 사립학교, 사립유치원으로 확대하고 KBS·EBS뿐 아니라 모든 언론기관 종사자로 확대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법안심사소위원장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소위 직후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 경우 직접 대상자 수는 186만명에 해당하며 이들의 가족을 포함할 경우 최소 550만명에서 최대 1786만명 가량이 해당된다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또한 소위는 김영란법 초안의 후퇴 논란이 제기됐던 핵심 쟁점인 ‘직무관련성’ 문제와 관련, 대가성 및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공직자가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했을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입법예고안을 수용키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소위는 이해충돌 방지제도와 관련, 국민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고 국민 청원권과 민원제기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 대해 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제도는 공직자가 자신 또는 가족, 친족 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제정안에서는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와 충돌하는 직무수행 범위와 관련해 예외사항을 가려낼 수 있는 제척·회피 조항이 구체화되지 않아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태였다.
즉,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정부가 낸 현 상태의 법안을 적용하면 국가의 모든 사무를 관장하는 국무총리 등 포괄적 직무관련자의 가족들은 이론상 직업을 가질 수 없는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김 의원은 “가족에게도 이 법(이해충돌 방지제도)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 경우 헌법에서 천명한 ‘연좌제’ 금지에 저촉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김영란법 처리가 불발된 데 대해 “이 법안이 제정법이기 때문에 합의한 내용만 처리할 수 없는 난관에 봉착했다”며 “합의사항은 후반기 법안심사소위에서 상반기 소위 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