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민심은 ‘여야 균형’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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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민심은 ‘여야 균형’ 선택했다
  • 이승구 기자
  • 승인 2014.06.0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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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지방선거에 ‘현 정부 중간평가’ 성격 부여한 전례없는 구도
어느 한쪽 압도적 지지 없이 與 ‘수도권 수성’ vs 野 ‘중원 제패’ 성과
▲ 6·4 지방선거 투표일인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2동 주민센터에 한 시민이 아이의 손을 잡고 투표소를 향하고 있다.

[매일일보 이승구 기자]이번 6·4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집권여당의 ‘국정안정론’에도, 야당의 ‘정부 심판론’에도 치우치지 않는 여야의 ‘균형’을 택했다.

새누리당은 지방선거 유세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갑자기 터진 ‘세월호 침몰 사고’가 최대 변수로 부각되면서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막상 투표함 뚜껑을 열어본 결과 예상보다 심각한 패배의 늪에 빠진 상황은 아니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준 정부의 사고 수습에서의 무능력에 대한 지적과 희생자에 대한 국민적 추모 분위기를 부각시키며 ‘정부 심판론’을 더욱 강화했지만 국민들은 압도적인 표몰이보다는 집권여당을 견제할 만큼의 힘만 실어줬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여당에 세월호 참사와 무능한 대응과정에 대해 일정 정도 책임을 묻고, ‘세월호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운 야당에 대해서도 경고 사인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與 ‘수도권 수성’, 野 ‘중원 제패’ 각각 성과 올려

5일 현재 개표결과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경기(남경필), 인천(유정복), 부산(서병수), 대구(권영진), 울산(김기현), 경북(김관용), 경남(홍준표), 제주(원희룡) 등 8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새정치연합은 서울(박원순), 대전(권선택), 세종(이춘희), 강원(최문순), 광주(윤장현), 충남(안희정), 충북(이시종), 전남(이낙연), 전북(송하진) 등 9곳을 각각 차지했다.

일단 숫자 면에서 기존 ‘새누리 9곳, 새정치 8곳’에서 '새누리 8곳, 새정치 9곳‘의 구도가 만들어짐으로써 새정치연합이 다소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내용면에서 새누리당은 패배를 예상했던 수도권에서 초박빙의 승부 끝에 경기를 ‘사수’하고, 인천을 탈환했고, 부산에서도 힘겹게 승리를 거뒀다.

특히 세월호 참사의 최대 피해지역인 안산 단원고가 위치한 경기도를 지켜냈다는 점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눈에 띄는 결과물로 분석된다.

새정치연합은 인천을 내주는 대신 대전과 세종·충남·북 등 중원을 제패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었다.

특히 충청권은 새누리당이 지역 출신인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서청원 의원 등 당 중진들을 대거 투입해 선거운동을 벌여온 터라 더욱 값진 성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與野, ‘朴정부 중간평가’ 각각 선거에 활용

양측은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활용했다.

새누리당은 선거 막판 위기에 내몰리자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투표로 지켜달라”면서 이른바 ‘박근혜 마케팅’에 급피치를 올렸다.

집권여당 스스로 중간평가를 자처하는 역발상적 모험을 감행한 셈인데, 안대희 총리 후보 낙마 파동, 통합진보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잇따른 사퇴 등이 겹치면서 위기에 빠진 보수층의 재결집이 막판에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선거에서 박 대통령은 ‘선거 중립’ 의무에 묶여 있었지만 새누리당의 적극적인 ‘박근혜 마케팅’으로 ‘선거의 여왕’이라는 명성이 간접적인 방식으로 재삼 입증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가만히 있으면 세월호처럼 대한민국호가 침몰할 것”이라면서 투표를 통한 정부심판론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같은 호소가 일정 정도 먹혔지만 인천과 수도권 등에서 당초 기대치에 비해 만족할만한 결과를 끌어내지는 못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과거 충청지역이 보수진영의 지지기반이었다는 전례에 비춰보면 새정치연합이 지지기반을 중원으로 확장했다는 점은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 청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세월호 참사, 교육감 선거에 영향 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참사를 선거에 적극적으로 활용했지만 결과적으로 반사이익을 제대로 얻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오히려 세월호 참사의 영향은 광역단체장 선거보다는 교육감 선거가 더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정치연합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추모 분위기를 야당 성향의 젊은 층이나 이른바 ‘앵그리 맘’(성난 엄마)의 투표참여로 연결시키려는 노력을 했으나 생각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17개 시도 교육감 중에서 진보성향 후보들이 최대 13곳에서 승리하면서 예상 밖으로 보수 후보들이 참패한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보수 후보들의 단일화 실패라는 ‘어부지리’ 요인도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교육에 관심이 많은 ‘앵그리 맘’들이 경쟁적인 교육 환경보다는 자녀들의 인간적인 교육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게 진보교육감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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